오피니언

[동십자각] 탈북자 문제의 복잡한 방정식


눈물이 맺히고 노랫소리는 울음에 잠겼다. 지난 4일 탈북자들을 위해 열린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ㆍ함께 울어요)' 콘서트는 진한 감동의 여운을 남겼다. 한류 연예인들을 보겠다며 한껏 들떴던 중국인 유학생들도 탈북자의 실상에 울음을 터뜨렸다. 감성에 호소한 이날 공연은 이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공연 후 삼삼오오 모인 중국 유학생들은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려 중국 내 북한 송환 반대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만난 그들의 속내는 최근 중국 정부의 입장과 별 차이가 없었다. "먹고 살기 힘들어 국경을 넘어온 북한 주민을 난민이라고 볼 수 있나요. 중국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남한하고 북한은 다른 나라잖아요." 이들에게 한국은 이성적으로 친구일지 모르지만 감성적으로는 타인이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조치가 국내 정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박선영 의원의 중국 대사관 앞 단식농성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이례적으로 찾은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전화로 격려를 했다고 한다. 여기다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까지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농성장을 찾아 힘을 보태 정치권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북한 문제를 놓고 미묘한 균열을 보이며 침묵하던 진보진영도 이제 어떻게든 탈북자 문제에 대해 말을 거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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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문제가 뜨겁게 국내 정치 이슈가 되고 있으나 여야 정치권과 정부까지 모두 한중 관계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잊고 있는 듯하다. 같은 민족에 대한 애끓는 마음에 중국 대사관 앞 농성과 대통령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분노와 안타까운 마음을 표출할 뿐이다.

탈북자 문제는 상대가 있는 이슈다. 정부조차도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감성에 휩쓸리는 모습은 오히려 칼자루를 쥔 중국을 자극하며 탈북자들의 입장을 더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

중국에게도 탈북자는 어려운 문제다. 탈북자를 한국에 보낸다면 수없이 쏟아져 들어올 새 난민이나 전통적인 북중 관계는 어떻게 할지 등등은 중국 정부로서도 골칫거리다.

연예인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감성적 호소와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달라야 한다. 정부는 차분하고 실속 있게 협상을 벌이고 정치권은 그 뒤를 받쳐 국제사회에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 시켜야 한다. 가벼운 말 한마디보다 냉정한 판단과 행동으로 한 명의 탈북자라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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