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철새는 통제가 불가능해 분비물에 의한 AI 확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가창오리가 2월 말까지 동림저수지와 금강호에서 체류한 뒤 북상하면서 새만금으로 이동하거나 충남 삽교호를 경유할 공산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칫 이동과정에서 이 오리가 떨어뜨린 분비물을 통해 가금류 농장에 AI를 추가 감염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 가창오리뿐 아니라 전국 37개소 철새도래지를 통해 AI가 전국 가금류 농장에 확산되거나 이웃 나라로까지 전파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더구나 이번 AI의 혈청형인 H5N8은 과거 중국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건강한 상태로 오리농장이나 재래시장에서 발견됐을 뿐 가창오리처럼 떼죽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바이러스의 파괴력이 크다는 얘기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등 해외 방역단체에서도 국내 AI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이 이날 가창오리 이동 경로인 전남북 철새도래지뿐 아니라 전국 37개 철새도래지에 대해서도 예찰과 소독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방역 당국의 한 관계자는 "예찰 활동 강화는 물론 수렵장 운영을 중단하고 철새 먹이주기 행사 등 조류와의 접촉을 일체 금지하도록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이 전라도 지역에 발동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예정대로 20일 자정을 기해 해제하기로 한 것도 더이상 농가 간 감염을 막는 수평적 방역보다는 철새로 인한 감염을 막는 게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동중지 명령을 통해 AI의 외부 유입이나 농가 간 감염을 막는 소독조치는 완료됐다"며 "앞으로는 철새 분비물에 묻은 바이러스가 농가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농가별 방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향후 2~3주가 방역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통상 AI는 첫 발병한 후 21일까지는 추가 신고가 없다가 그 이후부터 신고가 집중된다. AI 잠복 기간인 21일이 지난 후부터 폐사율 증가 등 AI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편 방역 당국은 전날 AI가 발병한 전북 고창·부안 오리 농장 인근에서 AI 감염이 의심되는 오리 농장 3곳을 추가로 확인하고 이곳의 오리 3만9,500마리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