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비맥주와의 매각협상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은 강승구(姜承求·57·사진) 진로쿠어스맥주 법정관리인의 첫마디다.姜관리인은 지난 7월 28일 취임이후 노조 등에서 기업실사를 거부하는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100일만에 매각협상을 성사시켰다. 얼마나 힘들었던지 姜관리인은 이 과정을 「100일간의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법원에서 관리인으로 임명됐다는 연락을 받고 먼저 진로쿠어스의 회사 상황을 살펴보았다. 자본금 500억원에 부채는 무려 7,900억원. 갑자기 터널속으로 밀려들어간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추스린 姜관리인은 때로는 신변에 위협까지 느끼가며 매일 50명씩의 직원들을 각개전투식으로 만나 매각의 불가피성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주위에 아군은 한명도 없고 온통 적군으로 둘러싸인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태』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姜관리인은 노조와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진로쿠어스 임직원들의 심정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시다시피 오비와 카스는 그동안 치열한 경쟁관계였습니다. 이런 경쟁사끼리 하나가 된다는 것은 적대적 M&A와 다름이 없지요. 진로쿠어스 직원들이 맞닥뜨린 갈등은「정서적 공황」,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경력을 살펴보면 姜관리인이 어떻게 100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임무를 완수하게 됐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원래 그는 관료출신. 재무부 이재국등에 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지난 78년 수출입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자금부장, 해외조사부장을 지낸 후 95년 런던합작법인 사장으로 취임했다. 특히 이 곳에서 면밀히 살펴본 영국의 IMF극복과정이 진로쿠어스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姜관리인은 부도 회사의 법정관리인이 결코 「패전처리용 투수」로 인식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법정관리인은 비록 부도가 나긴 했지만 그 회사에서 인생을 걸었던 임직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처리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
『야구에서 패색이 짙더라도 중간계투 투수가 잘 던져주면 충분히 승리를 거머쥘 수 있습니다』. 법정관리인도 세이브를 얻고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姜관리인은 『은행퇴임후 자신에게 주어진 「봉사의 기회」를 알차게 수행했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그러나 『회사와 사회가 좀더 법정관리인들의 고충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창현기자CHK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