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역지사지/신승교 LG건설 사장(로터리)

대부분 회사에서 연초가 되면 승진급을 실시하는데 회사의 형편과 조직의 필요에 따라 승진급 비율이 매년 조금씩 달라진다.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경영성과를 거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승진급의 기회를 부여하고 싶지만 항상 그렇지는 못한게 현실이라 안타까울 때가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승진급자를 결정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승진급률이 높을 때나 낮을 때나 승진급이 실시된 후에는 언제나 불만의 소리가 미어져 나오곤 한다. 보통의 경우 이러한 불만의 소리는 승진급에서 누락된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승진급 누락에 대해 냉철한 자아 반성을 통해 부족한 면을 보충해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보다는 상사나 동료에게 그 탓을 돌리는 등 자기변명에 급급한 특성을 지닌다. 한번쯤 입장을 바꿔 고과를 매기는 팀장이나 임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는지 반문하고 싶다. 또한 승진급된 동료보다 자신에게 우수한 점이 더 많았는지 차분히 돌아봐야 한다. 만일 그러한 불평을 늘어놓던 사람들이 고과를 매기는 입장에서 승진급 결과가 나왔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지금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을 해본다. 왜냐하면 입장이 바뀌면 역할에 대한 책임과 권한 또한 바뀌게 되므로 쉽게 책임없는 말을 만들어 주위의 분위기를 흩뜨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1956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20차 소련 공산당 전당대회의 일화를 들어보자. 당시 소련 공산당의 제1서기 흐루시초프는 전임 스탈린 독재정치의 불관용, 야만성, 권력남용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30년대 대숙청 때의 잘못된 처형실례와 비밀경찰의 비리 및 탄압사태를 폭로함으로써 스탈린과 자신과의 차별성을 한창 역설하고 있을 때 대의원석에서 『그러면 흐루시초프, 당신은 그때 무얼하고 있었소』 하는 규탄의 소리가 들려왔다. 흐루시초프는 연설을 멈추고 소리나는 쪽을 향하며 『죄송합니다만 잘 못 들었습니다. 일어서서 자신의 입장을 밝혀 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일어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러자 흐루시초프는 『나도 당신과 똑같았습니다』고 힘주어 말했다고 한다. 누구나 막후에서 책임없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구나 당당하게 전면에서 책임을 갖고 자신의 역할에 걸맞는 목소리를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남이 하는 것은 다 쉽고 편하게 보이고 자신이 하는 것은 다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 인간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이 사회를 올바르게 가꾸기 위해서는 너무 나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하고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힘들고 어려울 때 한번쯤 서로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한결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공감대가 깊어질 것이다.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본다는 이 한자성어는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꼭 갖춰야 할 하나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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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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