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1년/개혁에 성공한 기업들] 두산 한솔 한화 유한양행

기업마다 구조조정 작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부채비율 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부터 사업구조 개편, 외자유치, 계열사 축소, 자산매각등 각양각색. 하지만 짧은 시간에 팔방미인형을 기대하긴 다소 무리. 대신 전문가형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두산(재무구조 개선), 한솔(외자유치), 한화(업종 전문화), 유한양행(투명경영)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을 찾아 보았다. ◇두산=재무구조 개선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96년 688%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590%로 떨어졌고 올해는 400%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손익구조도 95년 당시 1,499억원의 적자에서 적자폭이 814억원(96년), 610억원(97년)으로 줄어든데 이어 올해는 832억원 흑자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금흐름은 9,077억원 부족(95년)에서 5,909억원 부족(96년), 279억원 부족(97년)에서 올들어는 플러스 3,741억원으로 반전됐다. 특히 ROIC(투하자산 수익률)은 -0.4%(95년)에서 1.7%(96년), 5.9%(97년), 10%(98년)로 대폭 개선됐다. 대단한 성과다. 이 모든 게 남보다 한발 앞선 구조조정 덕분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95년말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미래 100년을 위해 구조조정에 착수한 게 그 출발이다. 초창기엔 「얼마나 어려우면 그러냐」는 식의 차가운 시선과 악성 루머에 시달렸지만 굴하지 않고 구조조정에 전력을 쏟았다. 특히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96년 우량기업이지만 경영권없는 3M, 코닥, 네슬레의 지분을 과감하게 매각,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OB맥주 영등포공장 부지와 주력 기업이었던 코카콜라 음료사업부문도 팔았다. 올해는 을지로 본사 사옥과 부채상환용 토지 14건을 매각하는 한편 씨그램, 벨기에 인터브루 등으로부터 총 3억6,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 현금유동성을 1조5,000억원 이상 개선했다. 이와 함께 대대적으로 사업구조를 개편, 95년 29개였던 계열사를 4개사로 줄였다. 두산은 올해말까지 주력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시키는 2단계 구조조정 을 끝마치고 내년부터 3단계에 착수, 그룹비전 재정립 등 미래사업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창출할 계획이다. ◇한솔=정부의 정책에 적극 부응하며 발빠른 구조조정 행보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외자유치 항목은 재계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성공적이다. 규모는 한솔제지 10억달러, 한솔PCS 2억5,000만달러등 총 12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 7월 한솔제지는 주력인 신문용지 부문(전주공장, 상해공장)을 캐나다의 아비티비 콘솔리데이트와 노르웨이의 노르스케 스코그에 10억달러에 매각한 뒤 다시 한솔제지가 3분의 1 지분을 갖는 신문용지 합작사를 설립키로 했다. 합작사인 PAPCO(싱가포르)사와 한국내 자회사인 PAPCO KOREA는 이달중 설립될 예정이다. 이어 9월엔 매각설이 떠돌던 한솔PCS가 캐나다 BCI와 미국 AIG펀드에 지분일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2억6,000만달러를 유치, 매각설을 불식시켰다. 이미 2,500억원은 입금된 상태고, 내년 1월 나머지 1,000억원이 입금될 예정. 연내로 2억~5억달러 규모의 해외 본드도 발행키로 했다. 그룹사옥 또한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1억달러)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외자유치 성공은 다른 그룹의 단순한 자산 매각과는 달리 그룹내 알짜배기를 중심으로 지분참여 및 자산매각을 과감하게 단행한 방법이어서 앞으로 타기업의 외자유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회사 관계자의 평가에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이와 함께 제지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제조업과 한솔PCS가 주축인 정보통신사업, 한솔금고의 금융사업등 3대 핵심사업을 바탕으로 과감한 계열사 통폐합 등 사업구조조정도 한창이다. ◇한화=화학전문기업을 향한 업종전문화 작업이 자신있게 내세우는 구조조정 성과. 핵심역량인 석유화학부문을 집중 육성, 재도약하기 위해 ㈜한화와 한화종합화학을 양축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구조조정계획안을 발표한 뒤 『주력·핵심사업도 적극 매각하라』는 정부정책에 부응, 그룹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너지, 한화기계 등을 빅딜및 해외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빙그레와 경향신문도 그룹에서 분리했고, 한화바스프우레탄, 한화NSK정밀, 한화 GKN, 한화기계 베어링부문, 한화종합화학의 비주력부문등을 해외기업에 매각했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한화에너지 매각은 빅딜 차원에서 단행된 기업구조조정중 최대 규모이며, 지난해말부터 시행해 온 한화 구조조정의 핵심. 또 한화종합화학이 해외업체와 합작을 추진하고 있으며, 옥탄올, PP 등 비주력 사업부문의 추가 매각 협상을 진행중이다. 한화유통의 잠실부지 매각, 한화개발의 마포호텔 부지 매각및 합작, 한화증권의 합작도 추진되고 있다. 한화는 이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말 32개에 달했던 계열사를 연내 15개로 축소할 방침이다. 자산은 12조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매출액은 11조원에서 5조5,000억원으로 줄어들지만 알차고 내실있는 화학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부채비율은 1,200%에서 175%로 대폭 낮아지며, 차입금은 8조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에 앞장서 온 「국민의 기업」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투명경영이 구조조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유한재단, 유한학원 등 공익단체가 약 40%의 주식을 소유, 바람직한 소유구조를 띠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미지도 좋고 직원들의 근무의욕도 높다. 3월에는 직원들에게 근로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회사 총 주식의 10%인 38만9,000주의 주식을 스톡옵션방식으로 배분했다. 직원당 500~1,000주가 분배된 이 주식은 신약 개발과 함께 주식값이 크게 뛸 것으로 보이는 3년 뒤에 되팔 수 있도록 했다. IMF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한킴벌리의 지분 40% 중 10%를 미국 킴벌리클라크(KIMRERLY-CLACK)에 매각, 3,4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이 돈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현재 개발중인 간장질환 치료약물과 위궤양 치료약물, 항암약물 등 신약개발에 투자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는 부채비율이 100% 미만에 불과,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기 때문. 지난 9월에는 경기 시화공단에 300억원을 투자해 원료의약품 합성공장을 완공,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중이다. 내년 수출액은 올해 3,3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 수준으로 대폭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위적인 감원을 피하는 대신 빈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1년간 1,000여명을 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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