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115주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두산이 이처럼 한 세기가 넘는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며 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사람'에 있다. 두산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의 광고문구처럼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사람의 성장으로 사업의 성장을 이끈다(Growth of People, Growth of Business)'는 2G전략이 그룹을 지배하는 중요한 철학이 된 것도 인재에 대한 두산의 집착에서 비롯됐다. 인재 중시와 함께 벤처기업 못지않는 빠른 속도로 기업의 DNA를 변화시켜가고 있는 점도 두산의 장수비결이 됐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맥주와 소주로 대표되던 소비재 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차세대 에너지ㆍ인프라 강국을 선도하는 중공업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지난 2000년 4조5,0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24조6,000억원으로 불과 10년 새 5배 넘게 성장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하모니=두산이 소비재 중심의 내수기업에서 전세계를 무대로 뛰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대주주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완벽한 조화에 있다. 특히 오랫동안 두산에서 호흡을 맞춰온 전문경영인들은 오너경영인의 정확한 의사결정을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박용현(68) 회장과 함께 그룹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박용만(56) ㈜두산 회장은 과감한 베팅과 빠른 의사결정으로 2000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잇달아 인수하며 오늘날 두산을 중공업 기업으로 바꿔놓은 초석을 다졌다. 특히 대우종합기계를 1조6,880억원에 인수할 당시만 해도 일각에서는 다들 '너무 비싸게 산 게 아니냐'고 의아해했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지금 중공업과 함께 그룹의 튼튼한 양 날개 역할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또 해외로도 눈을 돌려 2007년 미국 밥캣과 2008년 노르웨이 목시 등 해외기업 인수에도 성공하며 원천기술 확보와 신규시장 개척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이재경(61) ㈜두산 부회장은 1973년 동산토건(현 두산건설)에 입사해 두산식품ㆍ두산음료ㆍ오비맥주 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정통 두산맨이다. ㈜두산 전략기획본부 상무와 ㈜두산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2007년 말 ㈜두산 부회장에 오른 그는 두산의 대표적 브레인으로 그룹의 미래를 그려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성희(61) 두산엔진 사장은 두산건설에서 10여년간 자금과 기획 부문을 도맡아온 재무통이다. 이후 두산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겨 CFO 부사장으로 활동하던 이 사장은 2008년 두산엔진 대표이사로 승진 발탁돼 두산엔진을 이끌고 있다. 올 1월 두산엔진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는 오는 2020년까지 비선박엔진 매출비중을 40%로 높여 두산엔진을 '글로벌 1위 엔진 메이커'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온 힘을 쏟고 있다. 최광주(56) ㈜두산 관리본부 사장 역시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은 두산맨이다. 1979년 동양맥주로 입사해 ㈜두산 전략기획본부 이사와 상무를 거쳐 2001년 네오플럭스 부사장, 2008년 삼화왕관 사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말 ㈜두산에 합류했다. ◇외부 전문가 출신, 두산의 변화를 이끌다=두산은 그 어느 기업보다 전문성이 입증된 외부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곳으로 유명하다. 두산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되면 그룹 오너들이 직접 나서 스카우트에 공을 들인다. 두산에 외부출신 전문가들이 넘쳐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영입 인사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은 정지택(61) 두산중공업 부회장이다. 그는 옛 재정경제원과 기획예산처 등 주요 공직을 거친 행정관료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로 중앙종금 부회장과 ㈜센텔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1년 두산 IT 부문 총괄담당 사장으로 두산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네오플럭스 사장, 두산테크팩 사장,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한 후 2008년 두산중공업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부회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쌓은 막강한 인맥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올 3월 두산엔진으로 자리를 옮긴 심규상(61)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서 경영지원본부장과 부사장을 역임한 대우 출신의 CEO다. 2008년 두산에 합류해 ㈜두산 전략기획본부 사장과 두산중공업 운영총괄사장(COO)로 활동했다. 그는 조선해양 부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산엔진의 외형과 경쟁력을 키우는 중책을 맡고 있다. 또 두산중공업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사업다각화도 이끌어나가는 일도 그의 역할이다. 올 3월 두산중공업 COO로 부임한 한기선(60) 사장은 주류 마케팅 전문가로 유명하다. 한 사장은 진로그룹 기획조정실 이사와 진로 영업총괄 전무, 진로발렌타인스 영업본부 부사장 등을 거치며 위스키 '임페리얼'과 소주 '참이슬'을 잇따라 히트시킨 주류 마케팅의 살아 있는 역사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두산 주류BG로 자리를 옮긴 한 사장은 '처음처럼'을 출시하며 경쟁사인 진로 '참이슬'의 아성을 위협하기도 했다. 2009년 두산인프라코어에 합류한 그는 글로벌 사업 확대에 따른 '원 두산(One Doosan)' 브랜드 캠페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김용성(49)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두산의 대표적 전략 전문가로 통한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맥킨지에서 일한 김 사장은 2001년 두산그룹의 투자 컨설팅 회사인 네오플럭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며 두산의 식구가 됐다. 이후 2003년 ㈜두산 전략기획본부 사장에 이어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그는 '2015년 건설기계 글로벌 톱3'라는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브라질 공장에 6,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두산의 재무를 담당하는 이상훈(50) 사장 역시 1994년부터 2003년까지 맥킨지에서 10년간 컨설턴트로 일하다 2004년 ㈜두산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재무, 구조조정,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 등 그룹의 안살림을 맡고 있다. 김기동(60) 두산건설 사장은 1976년 대우건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래 30년 넘게 건설 분야에서 한 길을 걸어왔다. 그는 서울대ㆍ서울시립대ㆍ홍익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와 강사를 지낼 정도로 현장경험뿐 아니라 건설이론에 모두 능통한 것이 큰 장점이다. ◇두산의 글로벌화 이끄는 외국인 CEO=두산은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국내외 임직원의 절반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글로벌 기업이다. 다른 어느 기업보다 파란 눈의 외국인 임원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6년 두산에 합류한 제임스 비모스키(57) ㈜두산 부회장은 두산 최초의 외국인 CEO다. 맥킨지에서 24년간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말레이시아 서던뱅크 수석 부행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두산의 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비모스키 부회장은 1992년부터 6년간 맥킨지 한국 대표를 지낼 당시 두산의 구조개편 컨설팅 작업을 이끌었으며 1998년에는 오비맥주 매각을 주도하는 등 컨설팅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9년 ㈜두산 지주 부문 인사총괄 사장(CHRO)으로 영입된 찰스 홀리(53) 사장은 인적관리(HRM) 전문 컨설팅 업체인 헤이그룹과 펩시콜라에서 전략, 조직 효율성 관리 및 인적개발, 성과관리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또 2007년부터 세계 최대 사모투자 그룹 중 하나인 서버러스캐피털에서 인재채용과 육성, 인재평가 및 보상 시스템 구축업무를 총괄하는 등 전략ㆍ조직운영 분야에서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인사 전문가로 손꼽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BG와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을 포함한 두산의 건설기계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안토니 헬샴(58) 사장은 볼보에서 30년간 근무한 전문경영인으로 2000년부터 8년간 볼보 건설기계 CEO로 일하며 볼보를 세계 3위의 건설기계 업체로 키워냈다. 특히 그가 CEO로 재임하던 사이 볼보 건설기계의 매출이 4배 가까이 뛰어올라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산인프라코어를 '글로벌 톱3 건설기계 업체'로 올려놓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