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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1월29일, 카를 벤츠(Karl Benzㆍ당시 42세)가 가솔린 자동차로 특허를 받았다. 특허번호 ‘DRP 374535’. 벤츠 1호차는 볼품없었다. 엔진 출력이 말 한 마리에도 못 미치는 0.75마력에 최고 속도라야 시속 16㎞에 불과했다. 그래도 자동차다운 자동차의 효시로 꼽힌다. 연료나 작동원리가 요즘 자동차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벤츠가 내연기관을 개발한 것은 1879년. 10년 노력 끝에 완성한 엔진을 달아 자동차로 만드는 데는 또다시 7년이 걸렸다. 1885년 가을 시험운전을 끝낸 벤츠는 독일에 이어 프랑스 특허(1886년 3월)까지 따냈지만 정작 제품을 못 내놓았다.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상품화에 자신이 없었던 탓이다. 특허를 얻고도 2년 동안 시운전만 계속하던 상황에서 작은 반란이 일어났다. 벤츠가 집을 비운 사이에 아내 베르타가 아들 둘을 데리고 친정에 나서는 모험을 감행한 것. 쇠마차가 말도 없이 달리는 광경에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시골길 96㎞를 달리는 동안 먼지와 기름때를 뒤집어쓰며 숱한 잔 고장을 고쳐야 했던 세 모자는 해가 지고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베르타는 되돌아오는 여정에서도 똑같이 고생했지만 남편은 물론 사람들에게 자동차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해줬다. 고무된 벤츠가 제작한 2호차와 3호차의 출력은 각각 1.5마력, 2마력으로 높아지고 얼마 안 지나 고품질 자동차라는 명성을 얻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4륜차를 발명했던 다임러와 합병(1925년)한 뒤부터 다져진 최고급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벤츠의 위상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벤츠 1호차가 등장한 지 122년, 지구촌에는 8억9,87만대의 차량이 굴러다닌다. 연간 신차 공급량은 약 7,000만대. 한국은 그중 9.6%를 차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