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다음 차례는 유화"… 구조조정 태풍 온다

■ '中, 유화 반덤핑조사' 靑 워룸으로<br>설비과잉에 통상마찰 겹쳐 정부 개입 여지<br>워크아웃·퇴출 대신 사업교환등 빅딜 유도



설비과잉과 경쟁과다에 이어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의 통상마찰까지 불거지는 등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유화산업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었다. 건설과 조선산업에 이어 유화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다음 구조조정 대상은 석유화학이 될 것” 이라며 “유화업계의 사업 통폐합을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 위기 직후의 빅딜을 연상하게 한다. ◇내우외환에 빠진 석유화학업계=국내 유화 업체들은 내우외환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화제품은 산업의 쌀로 불리며 원재료 중심이어서 경기 침체기에 가장 먼저 어려움에 처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황에는 전방위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감산에 나서며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지만 장치산업의 특성상 가동을 완전 중단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최대 시장인 중국 수요에 의존해왔는데 중국이 최근 설비증설을 속속 끝내고 제품 자급화에 나서자 경쟁도 치열해졌다. 더욱이 새로 공장을 지은 중동 업체들도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 숟가락을 올려 레드오션으로 바뀌고 있다. 한계에 다다른 마진으로라도 공장을 돌리기 위해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적극적으로 펼쳤지만 수익은 악화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 2007년 8% 안팎이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4ㆍ4분기에는 1% 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한 유화업계가 그나마 탈출구로 삼았던 중국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반덤핑 제재를 확대, 강화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합성섬유 원료인 아디프산 등 2개 제품에 대해 신규로 반덤핑 제재에 나섰으며 올 들어 수출액이 큰 TPA와 PEㆍPP 등의 수입규제도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어떻게=정부는 유화업계에 대해 당장 워크아웃이나 퇴출 등 강제적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을 계획이지만 품목별 생산시설의 통폐합이나 업체별 사업교환은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우선 중국 측이 이번에 반덤핑 조사계획을 밝힌 TPA는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대표적 품목이라 보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교환과 통폐합으로 시장점유율이 상승, 독과점화해 기업결합이 어려워지는 문제는 정부가 예외 규정을 둬 풀어줄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세계적으로 TPA는 공급과잉이 심각하고 국내에 6개 업체가 난립해 경쟁력을 잃고 있는 가장 취약한 분야” 라며 “일부 업체는 모기업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계열사로 사업특성상 일관체제를 갖춰 구조조정에 난색을 표했던 유화 업체들도 구조조정 태풍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등과 통상마찰이 본격화하면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해져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커졌다” 며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회피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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