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일랜드, 구제금융 수용 후폭풍… 여론도 야당도 현 정부에 등 돌려

민심 이반, 연정붕괴 가능성. 25일 보궐선거. 27일 노동자시위

재정위기로 유럽연합(EU)에 손을 벌리게 된 아일랜드가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과 야당의 내각 총사퇴 압박 등 심각한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잘 나가던 ‘켈트의 호랑이’에서 거덜난 파산국으로 추락한 데 대한 수치심과 “구제금융은 필요 없다”던 단호한 입장에서 불과 며칠 만에 EU에 공식적으로 손을 내민 현 정부에 대한 불신감으로 반정부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실망 여론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사태로 비화될 조짐도 엿보이는 가운데 EU와의 구제금융 합의로 간신히 실마리를 찾아가려는 아일랜드 사태가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올봄 그리스 재정위기 때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 재정에 반대하는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연일 파업과 시위로 사태를 더 악화시킨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아일랜드 양대 야당 가운데 하나인 통일 아일랜드당 제임스 라일리 부대표가 현 정부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 심의일인 내달 7일 이전에 총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고 21일 밝혔다. 여론의 신뢰를 잃어 사실상 실각한 것이나 다름 없는 현 정부가 내년도 재정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킬 경우 차기 지도부의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라일리 부대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브라이언 카우언 총리 내각은 이미 신뢰를 상실했다”며, 현 내각의 총사퇴를 통해 내년 총선 이후 차기 지도부가 선임되기까지는 과도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브라이언 카우언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는 한때 유럽의 대표적인 ‘강소’국가로 이름을 날리던 아일랜드 경제를 파탄시키며 구제금융 사태를 초래한 탓에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 AP통신은 선데이 비즈니스 포스트의 최근 여론조사를 인용, 카우언 총리와 집권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17%까지 하락한 반면 양대 야당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33%와 2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적어도 내년 총선에서는 집권당이 실각하는 대신 아일랜드의 양대 야당인 통일 아일랜드당과 노동당은 연정을 통해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연정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다. FT는 연정을 구성하는 녹색당이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자금지원 방안에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며 “카우언 총리의 공화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연정이 깨지지는 않더라도 오는 25일 실시되는 북부 얼스터주 보궐선거와 내년 초 3곳의 선거구에서 열리는 추가 보궐선거까지 마치면 연정 참여정당이 의석 과반수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연정 붕괴와 집권 여당의 주도권 상실 등 아일랜드의 정치적 불안은 가뜩이나 불안한 아일랜드의 경제 상황에 어려움을 한층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여론도 현 정부로부터 빠르게 등을 돌리고 있다. 벨파스트 텔레그라프는 “정부의 구제금융 신청은 아일랜드 독립 이후 88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고조되는 대중의 분노에도 불구, 카우언 총리는위기를 자초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지기를 거부한 채 ‘여건’만을 탓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일리시 인디펜던트도 “정부의 ‘거짓’에 대해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며 “국가적인 분노가 카우언 총리를 내몰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동계에서는 오는 27일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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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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