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5일] 최경주의 인내 골프

“저 같으면 벌써 뚜껑이 열렸을 겁니다.” 며칠 전 끝난 한국프로골프 신한동해오픈에서 최경주(38)와 함께 플레이를 한 배상문(21)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달인급의 한국골프 간판스타가 1, 2라운드 연속 OB를 내서가 아니다. 잘 맞은 샷이 경기구역 밖으로 나갔지만 “한번쯤 나올 게 미리 나와 잘됐다” “더블보기는 보기 두 개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웃어 넘긴 모습 때문이었다. 혈기왕성한 ‘영건’의 눈에는 신기해보일 만도 했다. 사실 최경주는 3라운드까지 위력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우승해야 정상’이라 믿는 팬들 앞에서 2개의 OB로 체면까지 구겼고 컨디션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라운드에 비로소 샷이 폭발했고 6타를 줄이며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뒤집기의 원동력은 인내였다. 엄청난 부담감 속에 경기마저 안 풀릴 때에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기다릴 줄 아는 뚝심이 빛났다. 화려한 우승을 보며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그것은 인내 이면에 있는 각고의 노력과 치밀한 전략이다. 우승한 뒤 최경주는 3라운드까지 무척 힘들었지만 치미는 화를 눌렀고 결국 “내 플레이가 돌아오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했다. 무작정 참는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참아냄과 이겨냄은 다르다. 이겨내려면 실력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할 때 도전장을 던져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까지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또한 그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노렸다. 최종일 중반까지 선두에 2타 뒤졌던 그의 계산은 벌써 승부처로 찍어둔 11번홀에 닿아 있었다. 비교적 짧은 이 파5홀에서 회심의 이글을 잡아내 공동 선두로 올라서며 승기를 잡았다. “8번홀에서부터 11번홀 공략에 대해 생각했다”고 밝힌 그는 3라운드까지와 달리 드라이버로 티 샷을 날려 대성공을 거뒀다. 우리가 맞고 있는 경제위기의 해법을 인내 골프에서 찾자면 억지가 될까. 부화뇌동하기보다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고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해보인다. 그리고 ‘한방’ 날릴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어려움을 이겨낼 실력과 체질을 갖춰왔는지 반추하는 것도 위기에서 취할 교훈일 것이다.

관련기사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