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의 근본적인 개선보다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연기에 의한 유동성 장세에 가까워 앞으로 양적완화 축소 시작 등 외부 여건 변화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체 신흥국 주가를 대표하는 MSCI 신흥국 지수는 올해 최저점인 지난 6월 하순부터 지난달 하순까지 넉 달 동안 약 18.3% 급등했다.
MSCI 신흥국 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지난 5월 이후 6월 하순까지 약 16.8% 폭락했다.
그러나 연준이 지난 9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연기한 것을 계기로 반등해 앞서 까먹은 부분을 거의 다 회복했다.
특히 미국 모건스탠리가 5대 취약 국가(the fragile five)로 지목한 주요 신흥국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의 증시가 대체로 월등한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신흥국 위기 와중에도 세계 시장에서 안전 피난처(safe haven)라는 찬사를 받으며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들인 한국 증시의 상승률을 앞섰다.
한때 금융위기설에 휩싸였던 인도·인도네시아의 센섹스지수와 자카르타종합지수는 8월 하순 저점에서 최근 고점까지 각각 18.6%, 15.8% 급등해 위기 우려를 크게 줄였다.
특히 브라질 보베스파지수, 터키 BIST100지수, 남아공 JSE 종합주가지수는 6월 하순 이후 저점에서 최근 고점까지 각각 25.3%, 21.6%, 21.3%나 뛰어올랐다.
이에 비해 한국 증시 코스피는 6월 하순 저점에서 지난달 하순 고점까지 15.7% 올라 이들 5개국 증시와 MSCI 신흥국 지수의 상승률에 못 미쳤다.
이들 신흥국 증시가 급반등한 것은 당초 한국보다 훨씬 심하게 폭락했다가 양적완화 축소가 일단 미뤄진 데 따른 안도감이 퍼지면서 주가를 폭락 이전 수준 가까이로 되돌리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신흥국이 경상적자 등 경제 기초여건상의 문제점을 아직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증시 폭등은 유동성 장세의 ‘끝물’에 가깝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최근 양적완화 축소가 연말이나 내년 초에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면서 MSCI 신흥국 지수는 이달 들어 3.8% 하락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신흥국 금융시장의 회복세는 연간 단위로 성과를 평가받는 세계 투자자들이 연말을 앞두고 그간 까먹은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신흥국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들 신흥국의 증시 상승세가 연말까지나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시작 이전까지 시한부 성격인 ‘최후의 만찬’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들 신흥국 투자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경섭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논의 시작 이후 곧 외환위기에 처할 것처럼 보였던 5대 취약 국가 등 신흥국이 미국 경기지표 부진과 양적완화 축소 연기로 인해 한숨 돌리면서 시장을 추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 연구원은 “그러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될 경우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감이 여전히 ‘시한폭탄’처럼 남아있다”며 “축소가 시작돼 세계적 펀드들이 신흥국 투자를 회수하면 신흥국이 하나의 자산군으로 인식돼 한국도 자금 회수 대상이 되는 꼬리 리스크(tail risk·가능성은 희박하나 일단 일어나면 영향이 엄청난 위험성)의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