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부장급 직원인 A씨는 최근 자살 예방 교육을 사내에서 받았다. A씨는 우울증 환자도 아니고 자살 시도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직원이다. 그런 A씨가 관련 교육에 참여한 것은 최근 회사가 자살 위험에 노출된 직원을 잘 구슬려 다시 일상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예방 훈련을 시키는 프로그램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A씨는 "교육을 받고 나니 자연스럽게 주위 직원들의 마음 상태에 관심이 가더라"고 전했다.
삼성 계열사들이 스트레스 최소화를 통한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임직원 마음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회사까지 생겼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초부터 '게이트 키퍼'라는 이름의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 프로그램의 교육 대상이 우울증 등으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자살 고(高)위험자들이 낌새를 노출했을 때 그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동료'를 양성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사원·대리부터 간부급까지 앞으로 정기적으로 직원을 차출해 교육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자살 위험 대상자와 자살예방센터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원을 키움으로써 건강한 직장 문화와 업무 효율 상승을 동시에 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삼성SDI도 시행 중이며 삼성 측은 프로그램 진행 추이를 살펴본 후 다른 계열사에도 확대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게이트 키퍼 외에 '라이프 코칭 센터'라는 이름이 붙은 상담소도 운영 중이다. 센터에는 심리 상담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업무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이 생기를 되찾고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필요할 경우 정신과 전문의와 연계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직원들이 언제든 심리적 고충을 전문가에게 털어 놓을 수 있는 '열린상담센터'를 사업장에 마련해 놓고 있으며 외부 전문가를 통한 자살 예방 교육도 연 1회씩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