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수입차 추격 따돌리려면

"첨단 편의사양을 적용하고도 가격은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고객들은 가격인하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올해 국내 자동차 브랜드에서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되풀이하고 있는 말이다. 가격을 올리기는 했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면 더 많은 사양이 추가됐으니 오히려 전에 비해 이득을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업체들의 입장은 한편으로 보면 설득력이 있다. 기존에 50만원을 줘야 장착할 수 있던 옵션을 새로운 모델에는 기본으로 달아줬고 가격은 20만원만 올렸으니 30만원만큼 가격이 내려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이전 같으면 사양이 추가된 만큼, 아니 신차라는 이유를 붙여서 그 이상으로 가격을 올렸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국산차 메이커들이 전과 달리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은 판매 위축에 대한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는 매달 신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지만 국산차의 판매는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수입차와 직접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국산 중형차급 이상의 판매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올해 5월까지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현대차 제네시스는 25.9%, 기아차 K5는 38.3%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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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차량이 커질수록 대당 판매 마진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올해 국산차 업체의 전체 차량 판매량이 크게 줄지 않았음에도 수익성 악화가 염려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 국산차 업체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올려오던 차량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일부 모델은 오히려 옵션을 조정하며 가격을 내리기까지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회사의 변화된 모습을 환영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무분별한 옵션 끼워팔기 관행이 근절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특정 사양을 추가하기 위해서 필요 없는 옵션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옵션은 말 그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돼야 한다. 옵션을 고를 수 있는 권한만 소비자들에게 주어져도 자동차 회사는 가격 인하보다 더 환영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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