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국경제의 미드필더 중견기업


500g이 채 안 되는 작은 공 하나로 70억 세계인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브라질 월드컵이 '전차군단'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피파(FIFA) 랭킹 1위의 '무적함대' 스페인과 함께 강팀들이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개최국 브라질이 독일에 7:1로 패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며 유난히 골이 많이 터진 대회였다.

경기마다 각기 다른 개성의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경기 예측과 해설이 있었지만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경기의 핵심은 '미드필드' 운용의 중요성이었다. 현대 축구에서 승패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에서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가 시작되는 곳이고 수비로 전환했을 때는 수적인 우세를 바탕으로 상대의 공격수가 전진할 수 없도록 압박이 시작되는 현대 축구의 '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 경제의 중심이 되는 허리는 무엇일까. 혹자는 자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중산층이라고 하고 다른 이는 20대에서 40대까지의 핵심 생산인구라고 규정한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부품·소재 산업을, 기업 성장단계 기준으로는 중견기업을 국가 경제의 허리라 말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 네 가지를 한데 모아 핵심 생산인구의 고용을 창출해 중산층 육성을 돕고 핵심기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중견기업을 '국가 경제의 허리'라 부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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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제학자들이 2008년 금융위기와 이어진 유로존 재정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성장을 이어온 독일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성장의 근원을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독일 중견기업에서 찾고 있다. 전체 기업 수의 12%, 고용의 46%를 차지하는 독일 중견기업의 승승장구와 이를 대표하는 1,500여개의 히든챔피언 기업은 세계 각국의 부러움이자 배움의 대상이다. 독일 속담에 '충고는 적게, 도움은 많이'라는 구절이 있다. 필자는 이 속담이야말로 중소중견기업의 육성과 지원을 담당하는 많은 이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중소중견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식의 복잡한 이론적 '충고'가 아니라 현장에서 즉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도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국가 경제의 탄탄한 허리 구축을 위해 오는 2017년까지 글로벌 전문 중견기업 300여개를 육성하는 한국형 히든챔피언 전략인 'World Class 300'사업을 2011년부터 이어 오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내수 중심의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현장중심의 '글로벌 성장 사다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낀 중간 규모 정도의 기업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중견기업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으로 재정의돼야 하며 우리 경제의 '건강한 허리'인 미드필드를 책임지는 미드필더로 키우는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한국 경제의 미드필더인 중견기업의 열정과 가능성을 위해 다 함께 응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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