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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 파시스트 구호를 외친 선수에게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FIFA는 "13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요시프 시무니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서 뛰는 크로아티아 대표팀 수비수 시무니치는 지난달 20일 아이슬란드와의 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관중석으로 달려가 나치 정권의 선동 구호를 외쳤다. 마이크를 들고 "조국을 위해(For the homeland)!"를 외치는 시무니치에게 관중은 "준비됐다(Ready)!"로 화답했다. 이미 크로아티아 검찰에 의해 4,300달러(약 45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 시무니치를 두고 FIFA는 브라질월드컵 1경기 이상 출전 정지까지도 생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IFA는 경기장 내에서 어떤 정치적인 행동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시무니치 사태'를 계기로 축구장 세리머니 논란을 돌아봤다.◇욱일기엔 눈감는 FIFA=FIFA는 시무니치의 선동을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했다. FIFA는 모욕적인 몸짓이나 언사, 정치적인 슬로건을 부적절한 행위로 간주한다. 시무니치에 앞서 그리스 프로축구에서도 AEK아테네 소속 미드필더인 기오르고스 카티디스가 올 3월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관중석을 향해 나치식 거수경례를 했다가 대표팀 영구 발탁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한국 대표팀에도 세리머니로 논란이 됐던 선수들이 있다. 기성용(선덜랜드)은 일본과의 2011아시안컵 준결승에서 골을 넣은 뒤 원숭이를 흉내냈다. 일본인에 대한 희화화였다. 기성용은 당시 관중석에 욱일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세리머니를 했다고 트위터에 썼다.
실제로 일본은 공공연하게 욱일기 응원을 펼친다. 물론 선수가 아닌 관중 얘기이긴 하지만 FIFA는 한 번도 제재한 적이 없다. 지난해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독도 세리머니'를 했던 박종우(부산)의 경우 2경기 출전 정지와 400만원이 넘는 벌금 징계를 받은 뒤에야 사태가 마무리됐다. 동메달을 돌려받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FIFA는 정치적 슬로건과 함께 시간을 끄는 행동에도 엄격하다. 관중석 펜스에 올라가거나 상의를 벗어 세리머니를 한 선수에게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낼 수 있다. 상의를 걷어 올려 머리를 덮는 행동도 경고감이다. 이때 상의 안쪽에 쓴 메시지가 드러날 땐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티에리 앙리(뉴욕 레드불스)는 아스널 시절 친구의 아이가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속옷에 써 골 세리머니 때 보였다가 벌금을 물었다. 바지를 내려도 벌금이다.
◇인기 세리머니, 원조는 누구?=논란의 여지가 없으면서도 관중과 호흡하는 세리머니는 몇 가지가 있는데 각기 원조가 있다.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전력질주 하는 세리머니는 필리포 인차기(전 AC밀란)의 트레이드 마크였고 다이빙 세리머니는 현재 미국 대표팀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을 얻기 위해 일부러 넘어지기로 악명이 높았던 클린스만은 자조의 의미로 이 세리머니를 시작했다고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에릭 칸토나는 골 세리머니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다. 그는 골을 넣고도 환호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옷깃을 세우며 거만한 표정으로 관중석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국의 칸토나'를 찾는다면 단연 박지성(에인트호번)이다. 그는 2010년 사이타마에서 열린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느린 속도로 뛰며 일본 관중석을 찬찬히 훑어봤다. '산책 세리머니'를 펼치는 박지성의 무표정은 '너희를 상대로 한 이 정도의 골은 기뻐할 일도 아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