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靑ㆍ정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집권당

(문장이 넘쳐 빼게 되면 말해주세요, 줄여서 다시 올릴테니)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고 국회에서 긴급 비공개 당정회의가 열린 지난 7일. 국회 앞에서 택시를 탄 기자에게 기사는 “새해 들어 가스 값 다 올려놓고 상반기 중 공공요금을 동결한다니 기가 차다”고 혀를 찼다. 실제 차량용 부탄가스는 전달보다 16.4% 오르는 등 각 분야에서 물가 오름세가 가파르다.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와 곡물가 상승기조가 오래전부터 예견됐는데 이제서야 허둥지둥댄다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정부가 공공요금을 통제해도 결국 지자체나 공기업, 대학 등에 세금으로 보조해줘야돼미봉책이다, 전월세 대책도 재탕성이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서민들이 정부의 사후약방문식 물가대책에 아우성을 치고 있을때 아쉬운게 여당의 리더십이다. 한나라당은 172석으로 민주당(87석)의 갑절이다. 하지만 왠지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공룡여당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가 당정회의에서도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등이 일부 재탕성 대책을 포함해 원론적 보고에 그쳤지만 당에서는 “설을 앞두고 여론이 요동치지 않게 물가를 잡아라”,“농협 출하물량을 원가에 전통시장에 출하해라”,“기름값을 확실하게 더 깎아라”,“원화를 절상하고 통화관리를 해야 한다”등을 주문했을 뿐 정부를 견인할만한 정책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브리핑에서 “새로운게 없다. 여당의 발언록이라도 공개해달라”는 기자들의 어필이 이어지자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죄송하다”며 마무리했다. 물론 취임 보름밖에 안된 그의 역량부족보다는 여당의 총체적인 무기력증에서 기인한 문제라는 점에서 씁쓸함이 더했다. 여당의 맥없는 모습은 구제역 사태에서도 드러난다. 발병 40여일만에 소ㆍ돼지 등 120만마리가 살처분ㆍ매몰돼 조 단위의 예산이 들어가는 비상사태가 아직 해결의 실마리도 잡지 못하는데 여당의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야당과 겨우 두차례 국회 농식품위원회를 연데 이어 오는 13일 가축전염예방법을 처리할 예정이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이다. 안상수 대표 등 지도부는 새해 벽두부터 “총선 대선을 앞두고 당이 정책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견제할 것은 견제하겠다”며 재차 정부를 향해 군기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야당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예산안을 강행처리했던 기세는 왜 청와대와 정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지(?) 되묻고 싶다. 의지부족인가, 실력부족인가? 고광본 정치부차장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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