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8월 14일] 공기업 선진화의 길

조혜원(광물자원공사 주임)

몇 년 새 공기업의 인기가 치솟으며 사내에는 민간기업에 근무하다 공사로 이직한 직원들이 꽤 많아졌다. ‘신이 내린 직장’을 상상하며 이직을 결정한 그들의 의견은 한결같다. 공기업으로 옮긴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다. 공기업 직원들은 겨울에는 경영평가, 봄에는 감사원 감사, 가을에는 국정 감사에 매달려 산다. 평소에도 각 상부기관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느라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이런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머리를 짜내 보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임금을 계산하는 항목도 민간기업과 공기업에는 큰 차이가 있다. 복리후생이 좋다고들 하지만 이는 고스란히 임금에 포함된다. 금액을 놓고 단순 비교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더군다나 올해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의 상한선마저 500%에서 400%로 줄었다. 우리 공사의 경우 전년도 2등으로 497%를 지급받은 반면, 올해는 1등을 했음에도 352%를 지급 받았다. 오히려 1등과 꼴찌의 보상에 차이가 없어져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신입사원들은 20%에 가까운 임금을 삭감당했다. 이런저런 정책으로 야금야금 연봉이 줄고 있지만 이러한 사항은 언론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는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대충 일하자는 자조 섞인 말도 들린다. 물론 공기업은 민간기업에 비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인력감축으로 철밥통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지기는 했지만 장점마저 부인하지는 않겠다. 또 공기업 직원으로서 선진화ㆍ효율화의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다. 다만 선진화의 목적과 방향이 바르게 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가 바라는 공기업 선진화는 단순히 사람을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경쟁력 있는 공기업을 만들어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함이라 믿고 있다. 그렇다면 고기를 잡으려 할 것이 아니라 그물을 짜주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한 분야에는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런 후에 공기업 간의 생산적 경쟁을 유도해달라는 것이다. 모든 공기업이 사람을 몇 명 줄이고 임금을 몇 % 깎는 획일적 목표에만 매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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