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동시침체의 진앙지인 미국에서는 9월 이후 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전문가들은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3%로 비교적 견고하게 나왔지만 하반기에는 또다시 성장 정체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붕괴 시나리오가 나오고,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향방도 오리무중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지적한 117개 부실 은행 가운데 지난 29일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의 인테그러티 뱅크세어가 올 들어 10번째로 파산했다. 뉴욕 월가는 9월 한달 새 950억달러의 변동금리부채권(FRN) 만기물량을 소화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이를 무난히 소화하지 못할 경우 미국발 신용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2ㆍ4분기 성장률이 긍정적으로 나온 것은 상반기 수출 호조와 1,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금환급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세금 환급 효과가 사라지는 4ㆍ4분기에는 성장세가 다시 마이너스(-)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여전히 40만명을 웃돌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국내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미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이 성장세를 회복하기까지는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오는 17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고민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점증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기준금리 동결(현 2.0%)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은 FOMC 위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심이다. FOMC 위원들은 8월 회의에서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둔화에 초점을 맞추며 당분간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일본ㆍ유럽ㆍ중국 등 다른 주변국들의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일본은 29일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서민층 지원을 포함한 총 11조엔가량의 종합경기대책을 내놓았다. 이는 현재의 경기침체 추세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유럽도 2ㆍ4분기 경제 성장률이 1999년 유로화 도입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도 올림픽 이후 투자와 소비가 가라앉고 물가가 치솟는 이상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구가해왔던 중국도 내년에는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최근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 경우 브릭스(BRICs)는 물론 다른 신흥시장들도 가파른 경기 침체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