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성장국가 '2단도약' 비결] <2> 스페인 ③

무공해 산업에 승부수<br>"관광도 기간산업" 국가차원 지원<br>90년대들어 대대적 인프라 확충·홍보활동 강화<br>고속도로 공짜·관광객엔 고속열차 요금 할인도<br>프랑스 제치고 유럽 관광수입 1위국으로 부상

스페인은 천혜의 자연조건과 효율적인 정부 지원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 우뚝 올라섰다. 고대문명의 명소로 손꼽히는 세고비아의 로마 대수로.

스페인은 천혜의 자연조건과 효율적인 정부 지원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 우뚝 올라섰다. 고대문명의 명소로 손꼽히는 세고비아의 로마 대수로.

스페인은 천혜의 자연조건과 효율적인 정부 지원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 우뚝 올라섰다. 고대문명의 명소로 손꼽히는 세고비아의 로마 대수로.

(사진 왼쪽 위로부터) 스페인 광장, 플라멩고 춤, 똘레도의 유명식당.

(사진 왼쪽 위로부터) 스페인 광장, 플라멩고 춤, 똘레도의 유명식당.

(사진 왼쪽 위로부터) 스페인 광장, 플라멩고 춤, 똘레도의 유명식당.

지난해 12월 24일. 유럽인들이 크리스마스 휴가시즌에 들어가는 주말이었지만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똘레도로 가는 고속도로는 당초 걱정했던 것 보다 비교적 한산했다. 고속도로 끝 자락에서 멀리 똘레도성을 보며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는데 한국과 달리 톨게이트가 보이질 않았다. 옆에 있던 관광가이드는 “스페인 도로는 요금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그래서 유럽 관광객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EU보조금을 받아 건설한 덕에 고속도로가 대부분 공짜”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10여년 전부터 관광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삼아 관광 인프라 확충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시내로 들어서 도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서자 고풍스런 똘레도성 옆으로 이슬람양식의 또다른 성 하나가 어울리지 않게 서있었다. 타호강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 기독교왕조와 일진일퇴의 전투를 벌인 이슬람 무어족의 공격기지였다. 스페인은 이처럼 로마ㆍ게르만ㆍ기독교 문명에다 이슬람 문명의 유산까지 보존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때문에‘문명의 모자이크국가’로 불리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만 38개에 달하고 박물관과 미술관도 1,000개를 웃돌고 있다. 마드리드의 스페인왕궁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쁘라도 미술관. 늦은 오후 진눈깨비가 내리는 을씨년스런 겨울날씨에도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여행객들이 입구에 길게 줄지어 서있있다. 수천평이 넘는 미술관에 들어서자 벨라스케스, 미로, 고야 같은 대가들의 그림과 조각이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스페인은 유적과 고대문화의 흔적이 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뿐만 아니라‘미니 대륙’으로 불리는 스페인 남쪽에선 지중해 연안의 해변마다 태양이 작열한다. 춥고 음습한 유럽의 북쪽 사람들이 스페인에 그처럼 열광하는 이유다. 스페인이 이처럼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지만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한 건 근래의 일이다. 스페인은 90년대 이전에는 과거 문화유산에 기대는 소극적 관광 마케팅에 머물렀다. 90년대 들어 끊임없는 인프라 투자와 수요자에 맞춘 상품의 개발, 홍보에 주력한 결과 지금은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내 관광수입 1위국으로 부상했다. 마드리드와 문화 수도인 세빌랴를 잇는 초고속열차 AVE는 스페인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AVE는 4~5분만 연착해도 요금 전액을 환불해줄 정도로 정시 출발, 정시도착을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요금 할인과 같은 관광 우대정책을 쓰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차별화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관광업이 ‘굴뚝없는 고부가가치산업’이란 말은 스페인에게 딱 들어맞는다. 스페인의 관광산업은 건설과 더불어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양대 기둥이다. 욜란다 마르띠네스 까노-꼬르데스 스페인 무역관광청장은 “해외로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외국인들이 스페인을 방문해 소비하는 점만 다를 뿐 관광은 수출”이라며 “제조업보다 고용창출력이 높아 실업률이 높은 스페인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세계관광기구(WTO)에 따르면 2004년 스페인을 찾은 관광객수는 5,360만명으로 프랑스(7,510만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체 고용의 12%인 167만명이 관광분야에 종사하고있으며 관광수입만 400억 유로에 달해 무역수지 적자의 55%를 보전하고 있을 정도다. 관광산업이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2%에 이른다. 관광업을 앞세워 강대국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스페인은 최근 들어 관광업의 ‘2단 도약’을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지난 90년대 해마다 40%씩 급증하던 관광객 유입이 최근 주춤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관광통상부는 이를 위해‘관광인프라현대화기금(FOMIT)’을 신설, 지난해 1억700만 유로를 들여 관광지 개발과 건축물 개선에 나섰다. 또 세계 주요 31개국에서 수천명의 여행 전문가들을 초청, 지속적으로 스페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관광수요를 늘려가고 있다. 차종대 코트라 마드리드무역관장은 “스페인 정부는 ‘태양과 해변’이라는 전통적인 상품 개념에서 벗어나 문화와 레저까지 곁들인 고급화된 상품을 개발하는 등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관광의 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별취재팀 이규진(팀장)·김현수·김홍길·민병권·김상용 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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