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권력이동! 국회]이제는 의회권력의 시대, 막강한 국회 권력

청와대와 정부 주요 책임자들 국회 눈치만

대통령 힘 빠지며 입법과 정책, 국가현안, 예산, 세법 국회 기능 위력발휘

여론정치의 가속화, 여야 차기권력, 청와대 권력 약화,

#“위기의 종이 울리는 데 앞장서지 않거나 충분한 고민없이 정책을 쏟아내고 조변석개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절대 안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를 향해 경고한 말이다. 전날 당선된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날 청와대와 정부가 최근 혼선의 극치를 보여 준 건강보험료 개편과 관련, “저소득층한테 혜택을 주려던 개편의 취지는 옳다고 생각하고 당장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군기잡기에 나섰다. 이에 정부는 즉각적으로 이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해 ‘연내 추진’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전날 청와대 조윤선 정무수석은 ‘원조친박’에서 ‘탈박’한 유승민 의원이 당선되자 “청와대도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며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에 쓴소리를 해 온 유 원내대표에게 읍소하기도 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차를 맞아 국회와 당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5년 대통령 단임제에서 집권 중반기를 맞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국회로의 권력 쏠림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국회가 갖고 있는 입법권과 예산·세법 심의권, 국정감사·국정조사·특위·인사청문회 등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의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주요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당정청의 소통기능이 미흡해질 수록 여론에 민감한 당과 국회가 나서 조정하고 통제하는 길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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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의회는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를 통해 예산과 세법, 정부나 의원들이 제출한 주요 입법에 대해 강력한 견제장치를 갖고 있고, 국가미래연구원이라는 중장기 국가전략과 비전을 다루는 싱크탱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본회의를 통과해 공표된 법률이 정부에서 시행령을 통해 변질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행정입법 시정요구권’을 신설하는 법안을 국회 운영위에 제출했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국회개혁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이 개선안에는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월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대해 국회 내 심사 절차를 도입해 의회 권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권력구조 개편 등을 담은 개헌논의가 국회에서 공론화해서 현실화할 경우에는 4년 중임제가 되든 분권형이나 내각제가 되든 의회 권력이 더욱 커지게 된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역대 권력의 흐름을 보면 집권 중반까지는 현 권력에 줄을 서고 중후반부에는 차기 권력으로 힘이 쏠려 왔다”고 말했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복지와 증세를 놓고 원점에서 공론화하자는 의견이 여야 모두에서 나오고 있는데,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의회가 이슈를 주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국회가 커지는 권력에 맞춰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데다 특권과 갑질이라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지 못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무료 항공 업그레이드를 당연하게 여기는 등 수 십여개에 달하는 특권을 누리는데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금융사, 정부를 상대로 한 갑질 논란도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는 요인이다. 심지어 최근 대구에서는 모 여당 국회의원 가족이 대구 수성의료지구 산업용지를 싸게 특별분양할 것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의원 뿐만 아니라 보좌진과 국회 사무처의 갑질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국회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국가기관 대선자금 개입,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논란, 비선라인 국정개입 의혹, 공무원연금, 복지와 세금 등 재정문제, 연말정산 파동, 건보료 개편 등 주요 이슈마다 사회적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란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때로는 검찰의 표적수사라는 지적도 있지만 의원들이 돈을 받고 입법로비에 휘말리는 것도 국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여론정치의 가속화, 여야 차기권력의 부상, 청와대 권력 약화, 국회 선진화법 등으로 의회 권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성숙한 국회를 만들기 위한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심지어 초등학생들 사이에 선생님이 ‘국회의원은 나쁘다’라고 얘기해 국회의원이라는 말이 욕으로 통할 정도로 국민들 사이에 국회와 정당, 의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 “과거 통법부에서 벗어나 진정한 3권분립 시대로 가는 입장에서 국회가 덩치가 커진 만큼 성숙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광본·김영필·김지영 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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