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지방선거가 마감되면서 국정현안은 '정치'에서 '민생'으로 돌아오게 됐다. 세월호 여파 등으로 주춤했던 경기회복세를 되찾는 것이 첫번째 정책과제로 자리잡을 것은 불문가지다. 내수 살리기도 세월호 트라우마 벗어나기 차원에서 가용수단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생 살리기와 내수 회복에 주력하려 해도 정책수단이 마땅찮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재계와 회동을 갖고 세월호 참사 이후 주춤한 마케팅 활동과 투자 독려에 나서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는 총체적으로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나라 경제의 방향타를 쥐는 사람들의 거취도,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도, 실물을 움직이는 시장의 향방도 모두 짙은 안갯속에 갇혀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신속히 걷어내지 못하면 4% 성장 목표 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국책·민간 연구기관들은 일제히 경기전망 하향 조정에 들어갔다.
인적 불확실성은 정부 경제정책팀 물갈이 여부, 정책적 불확실성은 야권의 강성화 여부, 시장의 불확실성은 환율 리스크, 대기업 오너 리스크와 국제 경기 리스크 등으로 축약된다. 이들 변수는 모두 한결같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따라서 우리 경제는 당분간 안갯속에서 조심스레 시계비행을 하듯 보수적이고 소극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당면한 경제변수는 박근혜 정부의 1기 경제팀 개각 여부다. 1기 경제팀은 현 부총리를 필두로 한 내각의 경제수장들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 경제참모들로 꾸려져 있다. 이 중 일부, 혹은 전부가 물갈이될 경우 해당 경제 분야의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의 주된 경제운용 기조는 △재정적자 지양 △직접적 증세(세율 인상 등) 지양, 간접적 세원 확충 추진(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축소 등) △복지지출 확대 △점진적 원화 강세 용인 △내수와 수출 균형성장 추구 △가계부채 억제 △주택 가격 안정 및 저물가 지향 △투자규제 완화 추진 △저금리 유지 △경제민주화 △공공기관 구조조정 등이었다.
반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거시경제 여건은 주요 정책 사이에 적지 않은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내수와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재정지출 확대 및 감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복지의 경우 인구 고령화, 저출산, 소득양극화에 따른 역할 증대는 필요하지만 무차별적인 '만민복지'로 공짜 세례를 주기에는 현실적으로 재정 기반의 뒷받침이 어렵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원화 강세 및 내수·수출 균형성장은 우리 경제가 점진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지만 우리 경제구조의 체질 변화가 수반돼야 하는 일이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가계부채 억제와 주택 가격 안정, 저물가 기조는 중산층 확충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과도한 주택금융규제는 도리어 '부의 자산효과'로 내수를 위축시키고 청장년층의 핵심자산(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한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공 부문의 빚을 줄이기 위해 필수불가결하지만 자칫 꼭 필요한 해외투자 등마저 묶어놓고 있어 선별적 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 후 경제팀의 진용 변화 여부에 따라 기존의 정책 기조가 시장 등의 정책수요를 반영해 좌표 조정을 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그러나 경제팀의 물갈이 폭은 여전히 예측불가다. 정홍원 전 총리가 물러날 때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경제팀의 전면, 혹은 대폭 개각에 무게를 싣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후임 총리 후보자로 낙점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 논란 속에서 자진사퇴하면서 경제팀 개각 향방에도 적지 않은 기류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안 후보자의 사퇴로 개인의 업무역량이나 자질보다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개각시 인선의 최대 변수로 부상한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개각시 선택할 수 있는 인재 후보군의 폭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경제팀의 전면적인 개각에 어려움이 더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책의 향방 역시 미지수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수록 박근혜 정부는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공약 이행 모드'에 한층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지만 선거 후 야권은 한층 더 현 정부와 각을 세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의료산업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규제 완화, 포퓰리즘식 비과세·감면 및 재정지원 축소·폐지 등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수 있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우려한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서는 하반기 선진국 및 중국 등의 경기개선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의 경영 승계 구도 등 오너 리스크,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산업 채산성 악화, 세월호 여파에 따른 내수 위축 등의 변수가 맞물리면서 소비·투자 회복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선거 후 경제정책 당국은 이들 경제 불확실성을 차근차근 해소하는 쪽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