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11월 29일] 견토지쟁(犬兎之爭)은 이제 그만...

중국 춘추 전국시대에 제나라 왕에게 중용된 순우곤은 제나라 왕이 위나라를 치려고 하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한자로(韓子盧)라는 매우 발 빠른 명견이 동곽준(東郭逡)이라는 재빠른 토끼를 뒤쫓았다. 그들은 수십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돈 다음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다섯번이나 올라갔다 내려오는 바람에 개도 토끼도 지쳐 쓰러져 죽고 말았다. 이때 그것을 발견한 농부는 힘들이지 않고 횡재를 하게 됐다. 지금 제나라와 위나라는 오랫동안 대치하는 바람에 군사도 백성도 지치고 쇠약해 사기가 말이 아닌데 서쪽의 진나라나 남쪽의 초나라가 이를 기화로 '田父之功'(농부가 얻은 성적ㆍ다른 사람이 다투는 틈에 제삼자가 힘들이지 않고 뜻밖의 이익을 얻는 것)을 거두려 하지 않을지 그게 걱정이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위나라를 칠 생각을 접고 오로지 부국강병에 힘썼다고 한다. 이것이 견토지쟁(犬兎之爭)의 유래인데 지금 우리 기업들의 노사관계를 보면 이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사실 우리나라가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최근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을 보더라도 남북분단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국가경쟁력을 갖추고 이만한 국가브랜드를 구축한 것은 사람이었다. 인적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 성장이 원동력이었다. 앞으로 지금처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위한 여러 요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협력적 노사관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노사관계를 보면 앞에서 지적한 고사성어의 개와 토끼처럼 서로 끊임없이 다투다가 제3자인 다른 나라에 좋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일본ㆍ미국 등 경쟁업체와의 혹독한 경쟁 속에서 지난 수십년간 저가이미지로 해외공략에 고전하다가 지난 2~3년 전부터 비로소 글로벌자동차로 경쟁력을 갖추고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매년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고 현재도 비정규직과 관련한 노사분규로 점거 10일 만에 직접 생산차질액만 1,300억원에 달하고 휴업조치까지 고려할 정도라고 한다. 만일 이러한 분규상황이 지속돼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도 노사분규로 브랜드가치와 이미지가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기업경쟁력이 저하된다면 결국 득을 보는 것은 일본이나 미국 등 경쟁업체들뿐이다. 따라서 이제는 노와 사가 더 이상 제3자인 다른 나라만 이득을 보는 끊임없는 싸움을 그만하고 상대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통해 서로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상생의 방안을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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