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예술과학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오는 2월7일부터 소치 동계올림픽이 시작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대 올림픽 메달 상위입상의 뒤에는 태릉선수촌이 있고 체육과학의 정성과 뒷받침이 있어 왔다. 이 사실은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선수들의 고귀한 땀방울과 함께 메달을 일궈낸 역사에는 바로 미세한 기록 관리와 동작의 단층분석과 철저한 체력강화훈련 프로그램 등 치밀한 체육과학의 힘이 함께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필요한 예술과학은 무엇일까. 예술에 웬 과학이냐고 할지 모르나 우리의 예술교육과 과학기술의 접목은 다양하게 시도돼왔고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본다. 이제 이를 좀 더 구체화하고 체계화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안숙선과 장사익의 창(唱)이 지닌 깊은 울림과 감동, 최현수 테너와 조수미 소프라노의 섬세하고 고고한 음색의 비밀은 무엇일까.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무대와 객석을 혼연일체로 만드는 신들림의 연주력과 조화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고혹적인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은 무엇일까. 1,500년 세월의 무게를 간직한 이스탄불 아야소피아 대성당의 비잔틴 모자이크 예술과 거대한 돔 건축을 가능케 한 기하학적 아름다움과 기술력은 무엇일까. 500년전 르네상스의 천재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정화를 어떻게 그려냈을까. 1,200년동안 중생을 굽어보고 있는 석굴암 본존불의 장엄한 조형미의 실체는 무엇일까. 하얀 박사고깔을 쓴 승무의 춤사위에 숨겨진 동작과 선이 지닌 미감(美感)은 어떤 것일까. 이상 몇 가지 물음은 청각예술, 시각예술, 공간 및 조형예술, 행위예술이 지니는 아름다움과 조화의 비밀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의문들의 아주 초보적인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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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걸작에 숨겨진 아름다움의 요소와 기법과 실체를 과학을 통해 찾아내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일은 과학과 예술의 만남일 뿐 아니라 그와 같은 걸작을 만든 위대한 예술가들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득음의 과정과 경지에서 나타나는 성대의 구조와 반응과 작용을 탐구하고 시각예술작품에 깃들어 있는 안료와 화법을 찾아서 체계화하며 조형과 공간예술이 가지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파악해내는 것은 예술과 과학이 따로 있지 않으며 융합의 실체로서 예술과학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시대가 새로운 정책과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문화재 복원기술을 비롯한 일부 연구역량은 문화유산 주요국가에서 주목할 만큼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예술의 중요 장르와 영역에서 아직 과학적 접근에 의한 분석과 연구는 크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과 공동연구와 참여가 본격화한다면 이는 우리의 문화예술의 지평을 넓혀줄 뿐 아니라 미답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 예술과학, 그 경이로움으로 창조의 흥분과 열정을 맘껏 표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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