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야오예를 3대2로 제압하고 LG배세계기왕전에서 우승한 구리는 우승트로피와 상금 2억5천만원을 받았고 9단으로 승단했다. 이미 3년 전부터 중국랭킹 1위를 견지해왔고 중국의 국내 타이틀 4관왕이었으면서도 번번히 세계대회에서는 중도에 탈락했던 구리가 마침내 면목을 일신한 것이었다. 시상식이 끝난 후에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소감을 말하는 그의 태도에는 평상시의 유들유들함이 보이지 않고 진지함과 겸손함이 보였다. “아직 저는 세계 최강이 아닙니다. 이창호와 이세돌, 최철한과 박영훈이 저보다 강하며 요다와 장쉬도 저보다 위입니다. 아마 저는 세계랭킹을 따진다면 10위 언저리가 제 자리라고 봅니다.” 숙원을 성취한 구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한중천원전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최근 3년간 한중천원전은 구리의 독무대였다. 최철한을 2년 연속으로 꺾었고 송태곤을 한번 꺾어 연속 우승을 놓치지 않고 있는 상태. 2006년에 맞이한 상대는 고근태5단이었다. 최철한이나 송태곤보다 명성이 떨어지는 고근태인지라 구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중천원전 3번기에 나섰다. 제1국을 가볍게 제압한 구리는 제2국에서 부주의로 실족, 승부는 제3국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구리의 백번. 백14로 다가선 것은 타이밍 좋은 응수 타진. 참고도1의 흑1로 받으면 백2로 둘 예정이고 참고도2의 흑1로 귀를 점령하면 백2 이하 8로 둘 작정이다. 그 의도를 간파한 고근태는 흑15,17로 끈끈하게 기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