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소득세 증세 논쟁에 물타기 말아야

세금을 더 걷어 나라의 재정을 확충하자는 증세론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소득세 증세론의 골자는 일부 고소득층에게 소득세율을 더 높게 매기자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요 며칠새 갑자기 소득세의 40%를 내지 않는 계층이 더 많다는 이슈가 제기되면서 쟁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칫 소득세를 내지 않는 이들에 대한 비과세 감면을 대대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몰이가 될 상황인 것이다. 현재 근로소득자에 대한 비과세 감면은 주로 의료비ㆍ교육비ㆍ보험료 공제와 근로소득 공제, 신용카드 공제 등이다. 근로소득에서 이 같은 공제액을 빼고 나면 그 금액이 과세 기준에 미달해 소득세를 내지 않는 계층이 생기게 된다. 현재 이 같은 과세 미달자는 월급쟁이(근로소득자) 약 1,400여만명 중 40%인 570만여명에 이른다. 사실 이 같은 비과세 혜택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일부 자영업자나 지하경제 종사자들에 비해 성실히 납세하는 월급쟁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학계에서는 국내 자영업자들이 벌어들이는 매출 중 현금ㆍ카드영수증을 통해 과세당국에 파악되는 것은 많아야 60%대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과세당국 역시 주로 현금으로 거래하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소득 파악률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또한 아예 세원 파악 자체가 힘든 지하경제 종사자들의 소득까지 감안한다면 상대적으로 '유리지갑'소리를 듣는 근로소득자만 억울하게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해온 셈이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소득자의 40%가량이 세금을 안 낸다고 성토하는 것은 되레 성실 납세자를 핍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월급쟁이 중 상당수가 저소득층이거나 중산층임을 감안하면 자칫 '부자 증세론'을 '서민 증세론'으로 물 타기하는 결과에 빠질 수도 있다. 소득이 있다면 당연히 세금을 성실히 내야 한다. 다만 월급쟁이에 대한 비과세 감면 폐지를 운운하기 전에 먼저 지하경제 종사자나 자영업자 등의 소득 탈루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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