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전략사업서 맥 못추는 다음

모바일 메신저 카톡·라인에 밀린데 이어<br>스마트TV·모바일 게임 사업도 성과 부진<br>"후속 서비스 늦어 경쟁업체에 주도권 뺏겨"



인터넷 포털 '다음'이 전략시장에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서 카카오톡과 라인에 주도권을 빼앗긴 데 이어 야심차게 선보인 스마트TV와 모바일 게임 플랫폼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거두는 등 '3중고'에 내몰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이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의 현재 누적 가입자는 2,300만명 수준이다. 올해 초 1,600만명에 비하면 가입자가 늘었지만 카카오톡과 라인에 시장을 내주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카카오톡은 3,200만명에서 6,200만명으로 2배 이상, 라인은 1,500만명에서 6,700만명으로 이용자가 크게 증가했다.

다음이 마이피플을 선보인 것은 2010년 5월이다. 카카오톡보다는 두 달이 늦었지만 전화번호 대신 아이디만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카카오톡과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다음은 이후 걸그룹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영입하고 TV광고까지 내보내며 카카오톡 추격에 전력을 집중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무료 음성통화도 카카오톡보다 먼저 내놨다. 하지만 카카오톡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카카오톡이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바다 등의 운영체제(OS)로 서비스를 확대한 반면 네이버 가입자를 빼앗아오려고 PC용 마이피플을 내놓은 것이 무리수였다. 부가기능은 마이피플이 더 많았지만 편의성과 메시지 전송속도에서 카카오톡이 월등히 앞섰기 때문이다. 그 사이 카카오톡은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 모바일 게임 서비스 '게임하기'까지 연달아 내놨다. 카카오톡의 위력을 지켜보던 네이버는 라인을 일본에 출시하며 아예 해외시장으로 방향을 틀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다음은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올해 초 일본 최대 게임 유통업체 디엔에이와 제휴해 '다음 모바게'라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내놨다. 모바일 게임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대대적인 준비에 나섰지만 모바일 메신저와의 연동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연말까지 다음 모바게에서 제공하는 게임을 현재 27종에서 100여종으로 늘리고 마이피플과도 서비스를 접목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애니팡'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카카오톡 가입자를 빼앗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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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시장에서도 부진하다. 다음은 지난 4월 자회사인 다음TV를 통해 스마트TV 셋톱박스인 '다음TV플러스'를 국내 포털 업계 최초로 출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마트를 유통망으로 확보하고 판매가격을 19만9,000원으로 책정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다음TV의 행보를 예의주시했다. 그러나 출시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판매량은 2만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이후 '지상파 다시보기 서비스'까지 새로 추가하고 제품 가격을 4만원 더 내렸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검색시장에서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다음은 지난 7월 기준으로 유선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전년 동월보다 0.6% 줄어든 20.6%의 점유율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5.4%가 높아진 73.3%를 기록, 갈수록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무선 인터넷 검색시장에서도 네이버가 74.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다음은 14.5%에 불과하다. 검색 점유율은 광고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향후 다음의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전망이다.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기술(IT)시장은 어느 산업보다 재빠른 대응이 성패를 가르는 분야인데 다음은 경쟁업체보다 먼저 서비스를 선보이고도 후속 서비스를 제때 내놓지 못해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며 "기존에는 네이버가 유일한 경쟁자였지만 이제는 카카오와 같은 벤처업체까지 입지를 위협하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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