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아직 위기상황 아니다" 정치권 "실태 모르고 두루뭉술 대처"

국민행복기금-4·1대책 등 효과없는 처방에 여야 질타<br>한은 "최악땐 배드뱅크 설립… 광범위한 채무재조정 추진"


"아직 위기상황이 아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정부가 가계부채 현상도 파악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대책만 내놓는 것 아닌가."(야당 의원)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취약계층의 가계부채에 대해 금융당국이 전수조사에 들어간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3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에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전반적으로 취약계층 상환 부담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에 따라서 제2금융권이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을지 판단 모델을 갖춰야 한다"고 질타하자 "금융연구원 내에 미시팀을 만들었다. 소득분위별ㆍ연체기간별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저소득층 가운데 여러 곳의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뇌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청문회 보고내용을 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가운데 저소득층의 비중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다중채무자 중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차주(대출자)의 비중은 2009년 33.2%에서 지난해 43.9%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자가 322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 다중채무자는 141만3,500여명에 달한다.

정부는 다만 당장 가계부채 부실이 심각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부채 증가를 막고자 전방위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위기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 역시 일부 취약계층의 채무를 우려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ㆍ4분기에는 가계부채 총액이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2011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증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가계부채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가 제일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혈관이 양호해도 어느 한 부분에 꽈리가 생기면 중풍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가계부채를 판단할 기초자료조차 마련하지 못한 점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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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가계부채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금융위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소득분위별ㆍ신용형태별ㆍ금융권별ㆍ대출형태별 세분화된 통계가 없다고 한다"며 "정부가 가계부채 현상도 파악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대책을 내놓는 것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비판했다.

실제 이날 금융위가 제출한 가계부채 규모는 3월 말 기준 961조6,000억원이었지만 전날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58조원을 웃돈다고 밝혔다. 3개월여간의 시차를 감안하면 두 기관의 통계는 200조원 정도 벌어진 셈이다.

여야는 또한 박근혜 정부가 취약계층 대책으로 내놓은 국민행복기금을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채무액 1억원 이하, 연체기간 6개월 이상 채무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다 일자리 제공 등 상환능력을 키울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기준이 맞지 않아 실물자산을 팔고 다시 빚을 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선제적 해결이라는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현재까지 9만명 정도 혜택을 받은 것 같은데 이 중 83%가 연소득 2,000만원 미만이며 연체기간이 5년8개월"이라며 "이 분들이 빚독촉에 시달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대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했던 신용회복기금(3개월 이상 연체)보다 지원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아직 시행 2개월밖에 안 됐는데 좀 더 보완해가겠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와 직결되는 4ㆍ1부동산종합대책이'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 경제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부동산대책 이후 두달 동안 주택거래량은 30% 늘었고 집값도 다소 회복했다"며 "시차가 있으나 주택시장에 이미 상당한 회복이 시작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가계부채 현황보고를 통해 "최악의 경우 배드뱅크(bad bank)에서 부실채권을 인수해 광범위한 채무재조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가계부채 청문회는 여야가 민생 우선을 강조하며 열었지만 막상 대거 불참해 씁쓸함을 남겼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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