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조계 스포트라이트]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

'서태지 이혼분쟁' 조정으로 매듭… 이혼상처 자녀위한 '부모교육'도<br>결혼생활의 중심은 부부… 부모 끌어들이지 말아야<br>이혼가정 미성년 자녀 이제 국가가 보듬어줄때


이제 갓 결혼한 부부든 백발이 성성한 부부든 깨질 때는 모두 같다. '백년해로'를 약속한 배우자에 대한 증오로 시작한 다툼은 전쟁처럼 치열하게 펼쳐진다. 결혼 생활을 하며 켜켜이 쌓아둔 불만, 자존심, 상대 집안에 대한 공격, 그 모든 것들이 서로를 찌르는 칼과 창이 된다. 피가 넘쳐흐르는 이 싸움이 되도록 '인간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있다. 바로 가정법원이다. 한 달에도 수십 쌍의 부부가 찾아와 '이혼하게 해달라'며 문을 두드린다는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 정용신(38, 연수원 32기)ㆍ임수정(37, 37기) 판사로 구성된 합의부를 이끌고 있는 박종택 부장판사(46, 22기. 사진)는 "재판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모두 얻으려면 결국 다 잃게 된다는 사실을 이혼하는 부부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조언한다. 이혼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과 가정도 훨씬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박 부장판사는 "시대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배우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한 경우를 많이 본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독립된 성인으로 결혼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가정의 중심은 부부지 시부모나 장인ㆍ장모가 아니다"라며 "결혼 생활에서 조그만 문제가 생기면 금방 부모에게 달려가 불만을 털어놓는 미성숙한 성인들이 결국 쉽게 끝날 문제를 집안 문제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부모에게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이들이 아내, 그리고 남편과 겪는 크고 작은 문제를 홀로 대면하지 못하고 부모들을 끌어들인다는 것. 최근 언론에 소개돼 이목을 끌었던 한 신혼부부의 사례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이틀 만에 욕실 사용과 부실한 아침밥을 두고 시작된 부부의 다툼은 남편이 먼저 "엄마, (서울로) 올라와라. 못 살겠다"고 말하면서 시부모와 처가 어른들이 맞붙은 상황으로 번졌다. 혼인 관계의 종결도 시어머니가 뱉은 '이제 끝났다'는 말이었다. 박 부장판사는 유사한 사건이 많이 들어온다며 "진정한 효도는 자신이 꾸린 화목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결혼생활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은 부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햇수로 7년째 가정법원 사건만 담당해 온 박 부장판사는 "부부는 가정을 떠받히는 두 개의 기둥이고, 부모 등에게 예속되어 있어도 안되지만 상대를 학대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도 기둥이 무너질 염려가 높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철학을 전했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서태지ㆍ이지아 이혼 분쟁'을 맡아 조정으로 마무리 지은 그는 "혼인 사실을 숨길 정도로 한 쪽이 일방적으로 삶의 방식을 강요당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지아씨는) 처음에는 자신을 버리고 사는 인생도 감당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겠지만 끝내 어렵다고 이혼하지 않았느냐"면서 "결혼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긍정적 자극이 되고 그걸 통해 부부가 함께 발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005년부터 가사전문법관제도를 도입해 재판의 질을 높이는데 노력한 서울가정법원은 이혼가정의 미성년자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나가고 있다. 가사3부도 이혼 소송을 위해 법원을 찾아온 이들에게 '부모교육'을 권고하고 있다. '부모교육'은 가정법원의 전문조사관이 이혼하는 과정에서 방치되는 아이들을 부모가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시간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겪는 자신의 슬픔과 혼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미성년 자녀들을 국가가 보살펴야 한다"고 설명한 박 부장판사는 "지금은 부모교육 과정을 권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미래 세대'에 대한 국가의 배려가 법으로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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