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ㆍ복합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신산업을 창출하고 국가ㆍ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정부도 오는 2020년까지 '미래 유망 파이어니어 사업'에 2,45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국제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융합 원천기술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나섰다. 서울경제는 이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과학재단과 공동으로 미래 유망 파이어니어 사업의 의미와 '융ㆍ복합 과학기술의 미래'를 조명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이호성 한국과학재단 나노ㆍ융합단장과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봉현 박사, 연세대 물리학과 박승한 교수가 참여했다. ▦이 단장=파이어니어 사업은 융합기술 분야에서 제대로 앞서가기 위해 연구개발(R&D)사업을 기획한 것이다. 선진국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고 한발이라도 앞서가려면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시대다. IT는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BTㆍNT 분야는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얼마 가지 않아 이런 세부 기술들이 융합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융합기술시대에 맞는 R&D 프로그램이 파이어니어 사업이다. 이 사업은 NTㆍBTㆍIT 등 서로 다른 기술 간 융합을 통해 고위험ㆍ고수익형 원천 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단의 아이디어가 국제 원천특허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지 특허조사 등도 해준다. 사업이 끝나는 오는 2020년에는 최소 30개 정도의 국제 원천특허 확보를 예상하고 있다. ▦정 박사=파이어니어 사업과 기존 연구지원 사업의 가장 큰 차별성은 하이 리스크(high risk)를 감당하는 최초의 시스템을 갖췄다는 데 있다. 연구를 20년간 해왔지만 우리나라에서 하이 리스크 연구과제는 없었다. 이번 사업은 이 단장이 말한 것처럼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최소한 연구 1단계인 3년 동안 성과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지원사업은 매년 타당성검사를 해 모험성이 높은 연구가 불가능했다. ▦박 교수=매년 타당성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이런 연구지원 풍토로 인해 위험성이 높은 연구 테마보다는 현재 잘할 수 있는 것만 연구과제로 내세우기 쉽다. 연구자들은 기본적으로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고 싶어한다. 파이어니어 사업은 연구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술개발 의욕이 생기게 하는 특징이 있다. 하고 싶었던 연구를 해볼 수 있는 첫 연구지원체제라고 생각한다. ▦정 박사=연구결과로 원천특허를 받고 성공하게 되면 로열티 수입 중 50%는 연구소, 나머지 50%는 연구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 연구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과학기술 스타가 배출될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정착되면 최근 지원자 축소로 위기에 빠진 이공계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할 것으로 생각한다. ▦박 교수='지능형 나노-바이오 신경소자'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사와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학자 등 다양한 학문배경을 가진 학자들이 융합적으로 모여 진행한다. 여러 학문이 어우러지는 학제 간 연구는 많을수록 좋다. 우 리 연구에는 이학ㆍ공학ㆍ의학ㆍ생명공학이 포함되고 기업이 참여한다. 원천특허를 목표로 하는 신경소자는 고령화로 퇴화되는 시신경ㆍ신경기관을 대체하는 것이다. 연구단은 나노와이어와 반도체 고집적 기술을 이용해 손상된 신경세포에 전기적 자극을 줘 신경기능을 재생시키거나 치료하는 신경소자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박사=바이오 스위치 기술로 난치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원천기술 확보를 목표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생체 내 분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한 바이오 이미징 기술이다. 현재 바이오 이미징 기술은 생체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질로 인해 노이즈가 발생, 정확하게 관찰하기 어렵다. 연구단은 바이오 스위치라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개발해 외부 자극에 의해 생체 내 특정 분자의 이미지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단장=파이어니어 사업이 갖는 또 다른 특징은 기술적인 융합 외에도 연구자ㆍ연구집단 간의 벽을 허무는 데 있다. 연구를 하다 보면 같은 학교ㆍ연구소에서도 공동연구를 한다는 게 엄청나게 힘들다. 파이어니어 사업이 갖는 키워드는 '벽을 허물다'이다. ▦정 박사=기존 학문 연구는 학문별로 각각 진행돼왔고 이것도 포화상태다. 이제는 적어도 이종학문을 합쳐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연구가 나와야 한다. 국내 대학에서는 연구실ㆍ실험실이 학문별로 격리된 반면 영국의 임페리얼대학 등 해외에서는 개인 실험실을 없애는 추세다. 생물ㆍ물리ㆍ화학 실험실을 같이 모아둬 자연스럽게 학문 간 소통이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다. 융합연구가 성공하려면 융합연구를 하는 시스템이 잘돼 있어야 한다. ▦박 교수=연구단에는 진짜 다른 학문을 연구한 학자들이 모였다. 의사, 공학도, 반도체 전문가와 이학ㆍ생화학ㆍ생물학자들이 모여 실질적인 연구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원천특허기술 확보'라는 사업목표도 연구원들로 하여금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기존 연구 분위기는 연구 책임자가 본인이 알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연구원을 구성했다. 파이어니어 연구는 다른 과제와 달리 반드시 3개 이상 기관의 연구원들이 들어와야 하고 신진 연구인력 50%를 넣어야 한다. ▦정 박사=게놈(genomeㆍ유전체) 해석이 융합적인 학문 분위기에서 이뤄진 대표적 사례다. 미국에서 게놈 해석에 성공한 이유는 생명공학자들의 연구만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기계ㆍ전자공학 연구자들이 염색체 분석 자동화 기계를 만들어냈고 소프트웨어 연구자들이 방대한 양의 염색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뤄낸 것이다.
◇미래 유망 파이어니어 사업=교육과학기술부가 미래 신산업을 창출하고 국제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융합 원천기술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나노기술(NT)ㆍ바이오기술(BT)ㆍ정보기술(IT) 등 2개 이상의 이종(異種)기술 융합, 기업ㆍ연구소ㆍ대학 등 3개 이상 기관의 참여, 6년간의 연구 지원이 특징이다. 이 사업이 본궤도에 들어서는 올해에는 사전탐색연구(30개 과제)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은 8개 과제가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4~6월부터 심화연구에 들어갔다. 연구단(공동연구팀)으로 선정되면 연간 10억원가량씩 지원을 받는다. 연구단 인력의 50% 이상은 박사 취득 10년 이내 신진 과학자들로 구성해야 한다. 정부는 '성실실패 관용제도'를 도입, 다른 연구개발 지원사업과 달리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연구개발에 성실하게 임했으면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제한(1~3년) 등의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