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설업체는 지난 수십년간 국내에서 실력을 길러왔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건설과 중화학공업 육성에 따른 플랜트 설비 확충, 소득증가에 따른 주택건설 활황 등으로 건설업계는 급격한 동반성장을 이뤘다. 그 결과 도로ㆍ철도ㆍ항만ㆍ신도시 등의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플랜트 분야는 세계의 어느 누구와 경쟁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다.
국내 시장 성숙단계 진입 이후 수요 줄어
그러나 이제 우리 사회가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인프라 수요도 줄어들었고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주택산업도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성장세에 부응해 양과 질이 동시에 성장해온 우리 건설업체의 입지가 급작스럽게 줄어든 것이다. 그 결과 건설업체의 재정상태와 위상이 위축돼 이제는 오히려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산업군으로 추락했고 기업이나 종업원이나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다행히도 세계시장은 넓어지고 있다. 전체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8조달러 수준인데 해외 업체에 개방된 시장은 6,000억달러 규모로 연간 8.1%씩 증가하고 있다. 자원을 가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인프라나 주민 복지시설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원부국들의 발주능력 또한 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건설시장 축소로 침체된 우리 건설업체들이 새로 부상하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ㆍ주택건설 등에 참여해 양쪽이 윈윈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특히 그러한 나라들은 우리가 겪어온 1970년대나 1980년대의 경제성장 코스를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미국의 건설전문지 ENR 발표에 따르면 2007년도 세계 13위 수준이었던 한국 해외건설이 2010년에는 7위로 뛰어올라 일본을 추월했고 2011년에는 같은 7위지만 6위인 이탈리아와의 점유율 격차를 3.7%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줄였으며 8위인 일본과는 0.7%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늘릴 만큼 경쟁력이 강화됐다.
해외건설이 2007년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한 데는 우리 업체들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정보를 입수하고 사업환경을 조사하고 발주처와 접촉하고 협력업체를 물색하는 등의 만만치 않은 일들을 국내도 아닌 이국 땅에서 수행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계약 이후에도 기자재를 조달하고 현지 주민의 민원을 해결하거나 발주처의 클레임에 대응하는 등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데 우리 업체는 그동안 국내에서 축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건설시장에 진출해 해외건설 세계 7위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해외에서 돌파구 찾게 정부 적극지원 필요
그러나 이제는 정부 차원의 건설외교, 대규모 금융지원, 원천기술 개발 등 국가적인 지원이 없이는 해외 건설시장에서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우리보다 나은 기술력을 가진 선진국을 따라잡고 우리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터키ㆍ중국 등 후발국들을 따돌리는 일이 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지금까지 이뤄온 해외건설 세계 7위의 성과를 지켜나가고, 더 나아가 세계 5대 건설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려면 '작은 정부, 작은 지원'만으로는 답이 없는 것이 해외건설의 현주소다. 건설외교ㆍ금융지원ㆍ기술개발ㆍ정보지원 등 각 분야에서 '큰 정부, 큰 지원'으로 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국가 간 전쟁으로 바뀌어버린 해외건설 전선에서 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