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전날 일본중앙은행(BOJ)이 자산매입기금을 10조엔이나 증액하는 추가 완화를 시행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엔화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이 연말까지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엔화가치가 되레 절상됐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에 따라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BOJ의 추가 양적완화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통화정책을 시행할 때는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일부 연구기관이 한은 통화정책을 비판한 것과 연관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LG연구원은 지난 10월 말 "유독 김 총재 임기에 정책금리를 낮춰야 할 때 제때 충분히 낮추지 않고 있다. 물가ㆍ경기 어느 쪽에 주안점을 두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LG연구원은 특히 김 총재 취임 이후 통화정책이 경기와 물가변수 어느 쪽에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경기 둔화에 대응해 적극적인 정책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김 총재는 회의에 참석한 은행장들에게 "대통령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내년 경제를 살리는 데 은행들이 앞장서달라"고 주문했다. 경기 회복이 더디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을 앞둔 상황에서 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이와 함께 최근 한국과 중국이 64조원(3,600억위안)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을 양국 무역결제에 활용하기로 한 방안을 은행장들에게 소개하며 이 제도가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이주형 수협은행장, 조준희 중소기업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