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9월 9일] 금융산업을 다시 생각한다

신한금융지주는 그 덩치를 떠나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상징이었다. 대한민국에 글로벌 50위권에 드는 은행이 단 한곳도 없다지만 신한이 걸어온 성공 스토리만은 국제 금융계, 나아가 경영학에서도 연구 대상이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은행의 부실 구조가 항상 도마 위에 오른 속에서도 신한의 치밀한 여신 관리와 강력한 리더십은 우리 은행의 저력을 내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금융 당국 역시 그들을 통해 우리 금융산업의 가능성을 얘기했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논할 때마다 신한은 하나의 롤 모델이었다. 제주은행에 이어 최고의 역사를 지닌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도 그들은 잡음 하나 일으키지 않았다. 그런 신한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것도 단순한 부실의 문제가 아닌 모두가 선망의 대상으로 보았던 그들의 지배구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신한 사태를 보면서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 산업 전체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 당국은 멀게는 외환위기 이후, 가깝게는 지난 1년 동안 금융산업의 중장기 비전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왔다. 때로는 블루프린트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 이후의 미래 비전을 설계하기도 했고 올해에는 중장기 선진화 방안이라는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화려한 그림을 그렸다. KB 사태를 거치면서는 사외이사제도의 병폐를 고치겠다면서 지배구조 문제에 접근을 했고 그 결과로 경영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신한 사태는 비단 그들의 경영 신화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금융회사가 탄생하기를 바라며 그림을 그려온 금융 당국의 꿈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무대가 되고 말았다. 금융산업의 화려한 그림을 그려왔다지만 대한민국의 최고 모델로 칭송 받아온 곳에서 또 다시 구멍이 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답은 분명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지적했던 회장의 과도한 임기와 권한 집중에 따른 이른바 ‘대리인’의 문제에서부터 우리 금융산업에 맞는 ‘한국형 지배구조’는 무엇인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햇살론을 상징으로 한 서민들의 현실적인 아픔을 달래주는 도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금융산업의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함을 신한 사태는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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