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많은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미국에서는 금융산업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IG와 리먼브러더스까지 부실화되자 미국 정부는 의회에 지원을 요청했고 의회는 부정적 정서를 감안할 때 한 군데만 지원 가능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AIG를 선택했는데 그 결과는 엄청났다. 리먼의 파산이 전 세계적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된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교수는 리먼에 대한 파산결정을 '최악의 정책적 실수'라고 평가한다. 뒤늦게 후회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부정적 정서 확산 이제 우려될 정도
경제 내에서 금융산업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 돈의 흐름을 다루는 산업이다 보니 그 여파는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감독원' '조선감독원'은 없어도 '금융감독원'은 상시 조직으로 설립된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금융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만연한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소위 '약탈적 대출'이라는 개념을 통해 금융기관을 비판하는 게 그렇다. 물론 갚을 능력이 부족한 차주에게 돈을 빌려줬으니 금융기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 있다. 그러나 부실대출이 발생하고 상환이 되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은 이에 대해 스스로의 이익 중 일부를 통해 상각해 떨어버림으로써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아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금융기관 회생을 지원하는 것이 꼭 금융기관에 특혜를 주기 위한 조치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있다. 이는 금융기관에 예금을 한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고 더 큰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기관만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볼 수는 없다.
금융산업을 비판하고 대중의 분노를 이끌어내는 것은 예기치 않은 비용을 치르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빚을 성실하게 갚기 위해 노력을 하는 차주들이 이를 게을리하도록 만들 수 있는 조치도 조심해야 한다. 금융기관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지나치게 형성되는 경우 이는 빚 갚는 책임에 대한 경시풍토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금융기관은 지금 '깔딱고개'를 넘는 중이다. 지난해 은행권 전체 순익은 9조원 정도로 2011년의 11조8,000억원 대비 25% 가까이 줄었고 올해는 다시 지난해 대비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총자산수익률(ROA) 1% 또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정도에 해당하는 이익 수준이 적당하다는 오래된 불문율이 있다.
금융권 자구노력 병행 육성책 나와야
이 기준에 따르면 금융기관 이익은 16조원에서 20조원 정도가 적정하다. 그런데 은행이익이 올해 5조원 정도라면 이는 적정수준의 반도 안된다. 약탈적 대출을 했다고 공격하기에는 이익 규모가 너무 초라한 것이다. 최근 국내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줄고 수수료는 깎이고 대손상각은 늘어나고 있다. 출구는 보이지 않고 산업의 경쟁력은 급격히 훼손돼가고 있다. 금융기관도 자구노력을 해야 하지만 금융기관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식의 조치도 상당 부분 자제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만약 미국 의회가 눈 딱 감고 리먼의 회생을 지원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전 세계가 이 정도의 난리법석을 치르는 일까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면서 애정 어린 비판을 유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 금융산업에 대해 채찍만이 아닌 당근도 제공돼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