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수직증축 허용했지만… 아파트 리모델링 산 넘어 산

일반분양 적어 수익성 낮고 1억 넘는 비용은 여전히 부담<br>중대형 소유주 설득도 어려워 투자개념으로 접근 보다는 미래 사용가치 차원 관심을


"리모델링은 과거 2000년대 초반 재건축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팽배했을 때 아직 재건축 연안이 도래하지 않은 아파트 단지들이 집값을 올리기 위해 추진했던 대안입니다. 종전보다 면적을 확대해야 하는 리모델링 방식이 소형주택을 선호하는 현재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네요."(A 정비업계 관계자)

정부가 그동안 안전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해오던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4ㆍ1 부동산 대책'을 통해 허용하면서 노후화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수직증축 허용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아파트의 세대수가 증가하고 일반분양의 실현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분당ㆍ일산 등 지난 몇 년간 이렇다 할 호재가 없어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큰 침체기를 겪었던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통해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하락했던 주택가격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수직증축을 허용했다고 해서 리모델링 사업 성공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리모델링에 대한 세부 기준 조차 확정되지 않은데다 신도시마다 단지별 조건이 상이해 일률적으로 사업성을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

특히 수직증측을 통해 일반 분양한다 하더라도 주민들의 분담금이 1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데다 작은 평형을 원하는 최근 수요자들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전용 면적이 커지는 점 등 난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노후 아파트 주민들은 리모델링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도 모른 채 막연한 기대감에만 사로잡혀 있다"며 "하지만 현재 침체된 주택시장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좀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직증축, 사업비 크게 줄어들지 않아=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는 총 170곳, 11만2,920가구에 달한다. 또 정부는 이미 지난해 수평ㆍ별동 증축과 일반 분양을 허용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1기 신도시 지역 리모델링 추진 조합들이 수직증축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은 신도시별로 단지 내 여유공간 확보가 용이하지 않아 수평증축을 통해 일반분양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


핵심과제는 비용이다. 정비업계는 수직증축 허용으로 가구당 전체 리모델링 사업비의 30%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추가적으로 투입될 사업비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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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과 같이 골조만 남기는 방식의 리모델링을 추진한다면 수직증축을 통한 비용 절감을 감안해도 가구당 부담금은 1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현재 주택보급률의 상승과 잠재 성장률의 하락 등 악재가 겹치고 있어 1억원을 상회하는 부담금을 감당하면서까지 리모델링을 추진할 단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순형 J&K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재건축처럼 전면철거 방식을 도입하지 않고 지하주차장 과 골조 등의 문제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 유사 재건축 방식과 같이 진행돼 비용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문제 해결도 쉽지 않아=증축 리모델링은 15년이 경과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기존 골조는 그대로 둔 채 주거전용면적이 넓어지는 리모델링을 뜻한다. 따라서 리모델링 논의 과정에서 주민 간의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중대형 주택거주자와 소형평형 거주자의 이해관계가 완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종전 아파트의 전용면적을 30% 확대하는 게 리모델링의 기본 개념"이라며 "단일 평형으로 구성된 단지는 상관 없겠지만 단지 내 여러 평형이 혼재돼 있는 경우 이미 중대형 주택에 거주하는 수요자는 리모델링을 통한 면적증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소형주택 거주자들의 생각은 이들과 배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1~2인 가구의 증가와 저출산, 인구 노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유효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수도권 외곽에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을 만큼 큰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직증축으로 면적이 커진 리모델링 아파트의 일반분양 물량을 매입할 수요자가 있을지도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용가치의 전환으로 바라봐야=전문가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파트 거주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주택의 성능 유지와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단순히 개인 사업비를 줄이겠다는 투자개념으로 접근을 하기보다는 노후화된 공동주택을 정비해 사용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윤 연구위원은 "향후 주택수요 감소를 감안할 때 증축 리모델링은 지속적인 노후주택 정비수단으로서 한계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리모델링의 기대수준을 낮춰 꼭 필요한 부분만 고치고 확대하는 맞춤형, 부분 증축형 또는 대수선형 방식의 리모델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지난해 5월 국토부가 발표한 세대구분형 아파트 기준을 리모델링 사업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임차가구와 전용면적이 각각 전체 세대 수와 면적의 3분의1을 초과하지 않는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이 미진하다"며 "이를 2분의1 수준으로 낮추게 되면 리모델링 사업이 원활하게 되고 소형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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