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서울 파트너스 하우스

미국 육군ㆍ공군부대 매점(PX) 관장기관인 미군교역처(AFFES)에 전자제품을 공급해오던 국내 중소기업 A사는 요즘 수출 호조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지난해 1,600만달러 규모의 납품계약 체결에 이어 또 다른 대박 수주 상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외주둔 미군 PX에만 납품해온 이 회사는 미 본토의 PX 진출을 위해 곧 AFFES 관계자에게 프레젠테이션을 가질 예정인데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런 수주 성공에는 서울시가 건립해 중소기업에게 수출활동 지원 공간으로 제공한 '서울 파트너스 하우스(SPH)'가 한몫 단단히 했다. 바이어들을 이곳에 초청해 숙박을 제공하면서 설명회를 갖고 상담을 한 결과 바이어들의 반응이 아주 좋아 계약으로 이어진 것이다. 시장 공관을 中企 지원시설로 남산 3호 터널을 지나 한남대교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왼쪽에 있는 SPH는 당초 서울시장 공관으로 쓰려던 건물이다. 부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마련됐다. 종로구 혜화동의 기존 공관을 문화재청의 서울성곽 복원계획에 따라 비워야 하게 된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09년 2월 이곳을 둘러보던 오세훈 시장은 공관으로만 쓰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때마침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제 살리기가 최대과제가 된 상황이었다. 그동안 간담회 등에서 중소기업인들이 말하던 애로사항도 떠올랐다. 바이어들을 초청해 해외수출을 모색하려 해도 비용이 많이 들어 자금이 넉넉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이 많다는 호소였다. 그렇게 해서 공관 대신 지하 2층, 지상 3층에 스위트룸 1개 등 객실 9개, 10~100석의 회의장 3개, 정원 등을 갖춘 '중기 글로벌비즈니스 지원시설'로 바뀐 것이다. 시설은 특급호텔처럼 깨끗하고 쾌적하다. 반면 이용료는 스위트룸 1박에 8만원, 나머지 객실은 5만원, 회의장은 시간당 1만~3만원 등으로 아주 싸다. 중소기업들로서는 비용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품격 있는 시설에서의 상담으로 바이어의 호감을 얻는 효과도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곳을 이용함으로써 기업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서울시 시설이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줌으로써 바이어들에게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서울시가 시장공관을 개조해 내놓은 것이라고 건물건립 배경을 설명했더니 우리 회사를 대하는 바이어의 자세가 달라지더군요." 필리핀 업체와 최근 200만달러의 수출계약을 맺은 페니실린 제조업체 P사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미지 제고로 수출상담에 큰 도움 SPH의 효과는 이용실적이 말해준다. 재작년 9월 개관 이후 객실은 893개 기업이 바이어 숙박용으로 이용했으며 회의장은 426개 기업이 활용했다. 또 여덟 차례의 수출상담회에 81개사가 참여해 3,600만달러의 수출계약이 이뤄졌다. 개별이용 기업까지 합하면 수출계약은 1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추정이다. 계약실적을 보면 건당 100만달러가 넘는 경우도 많지만 1만~5만달러 등의 소규모 계약이 훨씬 많다. 이는 역설적으로 인력ㆍ자금 등이 빠듯해 혼자 힘만으로 수출상담을 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수주상담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SPH는 중소기업지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시장의 집까지 내준 서울시는 호화청사 건립과 고급 승용차 구입, 전시성 사업 등으로 세금을 낭비해 말썽을 빚는 지자체들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섬기는 시정, 중소기업 지원을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주는 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런 의지와 자세가 서울시정의 모든 분야, 그리고 다른 지자체로 확산돼야 한다. 그러면 시민들이 살기 편해지고 기업활동은 훨씬 왕성해지고 국가경제도 잘 굴러가게 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