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뮤지컬 '스펠링 비'… 신인들 연기 볼만

미국식 유머 공감 어려워


'과장 없이 제작 의도를 가장 잘 드러냈다.' 뮤지컬 '스펠링 비(Spelling Bee)'가 2005년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11월 13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막을 올린 한국형 '스펠링 비'도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교훈적 의도는 동일하다. 하지만 미국적 정서가 한국 관객들에게 그대로 와 닿을지는 의문이다. 작품은 2005년 토니상 최우수 극본상을 받았다. 영어 철자 맞추기 대회에 출전한 사춘기 학생들의 성공과 좌절을 통해 우정, 희망 등 교훈적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이 주인공들의 배경과 삶이 꽤나 미국적이다. 게이 부모 밑에서 자란 탓에 사회 개혁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을 갖게 된 로게인, 인도에서 수양 중인 엄마와 일에 빠져 사는 아빠 사이에서 갈등하는 올리브… 상황 설정과 웃음 코드는 더욱 이질적이다. 중요한 순간마다 발기하는 자신의 성기 때문에 '스펠링 비'의 첫 번째 탈락자가 됐다고 하소연하는 칩. 마치 미국 코미디 영화 '아메리칸 파이'를 보는 듯하다. 퀴즈 프로그램에 언제나 등장할 법한 건방진 참가자 윌리엄도 일반 관객들에게 웃음을 이끌어내긴 무리가 있었다. 그는 사회자가 줄곧 자신의 성 'Barfee'를 '바피'라고 잘못 부르자 발끈하며 '바페이'가 맞다고 바로잡는다. 늘 발음 때문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미국적 코미디 상황이 한국 관객들에겐 서먹서먹할 뿐이었다.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었던 원작의 세부적 재미를 풀어내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감동을 주기엔 무리가 없었다. 1등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한국 학생들에게 특히 와 닿는 부분이 적지 않다. 어려운 형편의 착한 학생이 건방지고 자신 밖에 모르는 참가자를 누르고 결국 우승할 것이라는 보편적 예상을 뒤엎는 결말도 흥미롭다. 9명의 배우 모두 신인들로 채워졌으나 연기와 노래는 주연으로 손색이 없었다. 관객 가운데 3명을 직접 무대로 초청해 퀴즈 프로그램 참가자의 임무를 부여하는 극의 특성상 사회자와 문제 제시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뜻밖에 무대 위에 오르게 된 관객들의 돌발 행동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 사회자 로나 역의 전문지와 단어 제시자 팬치 교감 역의 김대종은 적절한 애드립을 섞어가며 역을 잘 소화했다.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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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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