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영위기에 봉착한 제너럴모터스(GM)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사진)가 베일을 벗었다.
프리츠 헨더슨 GM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말 시판 예정인 볼트가 휘발유 1갤런으로 230마일(리터당 98㎞)을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됐다며 주행 테스크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현재 시판 중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가운데 가장 연비가 높은 도요타 프리우스의 갤런 당 48마일(리터당 20㎞)보다 4배 이상 연비 효율이 높은 것이다.
두 차량의 연비 격차가 큰 것은 프리우스는 가솔인 엔진을 주동력으로 삼고 전기배터리가 보조수단인 데 비해 볼트는 전기모터를 주동력으로 사용하고 가솔린엔진을 보조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시보레 볼트는 40마일(64㎞)까지는 배터리만으로 주행하다가 이후 배터리 동력이 떨어지면 소형 가솔린 엔진이 전기를 생산, 총 300마일(483㎞)까지 주행할 수 있다. 볼트의 배터리는 LG화학이 생산을 맡고 있다.
볼트는 가정용 전원을 사용해서도 충전이 가능하며 하루 충전에 드는 총 비용은 약 40센트라고 GM 측은 밝혔다. 헨더슨 CEO는 “세자릿수 연비는 자동차 시장의 게임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며 볼트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의 지원으로 파산보호에서 겨우 벗어난 GM으로서는 내년 볼트의 시판이 획기적인 회생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GM 본사 1층 로비의 GM 자동차박물관에 전시된 볼트에는 ‘GM의 미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을 정도다.
그러나 볼트의 장래가 장밋빛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일단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 중형 승용차이지만 가격은 고급 승용차 수준인 4만달러에 이르는 점은 최대 아킬레이스건이다. GM 측은 정부의 세액공제 혜택 등을 받고 생산 규모가 적정 수준에 이르면 가격은 더 내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이 한국의 반값에 불과한 미국시장에서 값비싼 고연비 차량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먹혀들지도 아직 미지수다.
또 현대자동차 등 유럽과 아시아 자동차 업계가 차세대 하이브리드 차량 양산체제에 박차를 가하면서 차세대 자동차 시장의 선점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것도 GM의 순항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 차세대 전기자동차 리프를 공개한 닛산은 이날 “리프의 연비는 볼트보다 1.5배가 높다”며 GM의 기술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