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널뛰기를 거듭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인상의 파장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퍼펙트 스톰(동시다발적인 폭풍)'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연준 금리인상을 틈탄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절하, 달러화 강세로 인한 미 기업들의 실적악화와 원자재 가격 하락, 미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와 신흥국에서 자본유출 우려, 글로벌 성장둔화 등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도 곳곳에 널려 있는 실정이다.
우선 연준 긴축 속도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연준은 지난 16일 "앞으로 금리를 점진적으로(gradual) 올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 해석이 중구난방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지난 16일 2016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 값을 1.375%로 제시하며 내년까지 0.25%포인트씩, 3~4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은 달러화 강세와 원자재 가격 추락의 여파로 미 인플레이션이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연준의 긴축 행보가 더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투자가들은 2017년까지 기준금리가 1% 아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준과 투자가들이 시각 차를 드러내면서 언제든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준 인사들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매파'인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8일 "금리 인상은 미 경제가 침체에서 대폭 벗어났다는 신호"라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반면 '비둘기파'인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며 "내년 미 경제가 충격을 받아 침체에 빠질 확률이 10%로 이 경우 연준은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조치 재도입을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이 '시계 제로'로 접어들면서 일부 위험자산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주(16일 기준) 글로벌 채권 펀드에서는 130억달러가 유출됐다. 2013년 6월 '긴축 발작(taper tantrum)' 이후 최고치다. 특히 일부 펀드의 환매 중단과 청산이 발생했던 정크본드 펀드에서는 53억달러가 빠져나가며 최근 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크본드 가격은 16일 반등하더니 17~18일에는 이틀 연속 하락했다. 신흥시장 채권 펀드에서도 22억달러가 순유출되며 15주래 가장 많았다.
달러화 강세에 원유·금·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4.73달러에 마감하며 2009년 2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 달러 지속에 미 기업들의 실적악화 우려도 크다. 이미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 기업들의 이익은 올 들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미국, 유럽·일본 간의 통화정책 디커플링(비동조화)이 가속화하는 것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18일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조치 발표에 일본 증시가 장중 2.66% 폭등했다가 결국 실망감에 1.9% 급락으로 마감한 게 단적인 사례다. 크로스보더캐피털은 "연준 첫 금리 인상의 성공 여부나 시장의 방향성을 알려면 앞으로 몇 주나 몇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