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미국 금리인상 이후] 경고등 켜진 중국 경제 둔화… 위안화 절하로 환율 전쟁 악화될 수도

[격변하는 글로벌 경제질서] <3·끝> 美 긴축보다 무서운 차이나쇼크

매출·생산·고용 줄줄이 악화… '美 회복=세계 회복'도 옛말

수출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 땐 신흥국도 환시장 개입 불보듯


지난 10월 중국 3대 석탄채굴 업체인 헤이룽장성 룽메이광업공사는 대대적인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26만명의 직원 중 무려 절반에 가까운 10만명을 내보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룽메이의 감원에도 중국 석탄 생산량은 여전히 과잉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BBC는 "감원된 인력들은 중소규모 석탄업체로 옮겨 또 다른 과잉생산을 만들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폐업이 아니면 구조조정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세계경제의 시선은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은 외채 부담이 높은 몇 명 신흥국에는 직격탄이지만 한국 등 대부분 국가에는 대비 가능한 악재였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둔화는 다르다는 평가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인 탓이다. 특히 중국 경기의 가파른 침체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18일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상보다 중국의 경기둔화가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며 "중국 정부가 경기둔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놓는 정책은 의도하지 않는다 해도 글로벌 경제질서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착륙 경고음 커지는 중국경제=전문가들은 미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예외 없이 중국 경기를 꼽고 있다. 문제는 중국경제가 4ㆍ4분기 들어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조사단체인 CBB인터내셔널의 중국베이지북(CBB)은 중국 기업의 4ㆍ4분기 매출액·판매량·생산·가격·이익·고용·대출·자본지출 등 모든 지표가 3ㆍ4분기보다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리랜드 밀러 CBB인터내셔널 중국 담당자는 "중국 기업들이 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디플레이션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열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도 공급개혁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중국 정부의 내년도 거시경제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과잉생산업종에서 시작된 중국의 구조조정이 산업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우용딩 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내년 경기둔화 속도가 더 빨라지며 실업자가 증가하고 신용 디폴트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꾸로 경기 악화가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한다. 경기둔화가 사회불만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 마냥 구조조정의 채찍만 휘두를 수는 없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 베이징 사무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둔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중국 정부가 최근 구조조정의 끈을 느슨하게 풀고 있다"며 "하지만 구조조정 지연은 중국을 장기경기침체 국면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변화가 글로벌 경제질서 바꾼다=중국 정부가 의도하든 않든, 중국경제의 변화는 글로벌 경제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미국경제가 회복되면 다른 나라들의 경기가 좋아지며 세계 교역량이 회복됐다. 하지만 중국이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의 선도적 역할은 그만큼 약화됐다. '미국 경제회복=전 세계 경제회복'이라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신흥국 화폐의 경쟁적인 절하 움직임으로 이어지며 환율전쟁까지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내수시장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곤두박질치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중국경제의 상황을 감안하면 위안화 평가 절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경제의 구조조정도 글로벌 경제의 변수다. 좀비 기업 퇴출 과정에서 실물경제의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하다. 중국 실물경제의 충격은 중국 시장만 바라보고 있는 신흥국들에는 미국 금리 인상보다 더 큰 리스크인 셈이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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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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