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산은, STX다롄 협력업체에 "돈 갚아라" 압박

만기 되자 리스크 축소에 급급… <br>잇단 독촉에 현지 대출 갚기도<br>업체 "진출 등 떠밀더니" 분통


중국 STX다롄의 공정중단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지 한국 협력업체들이 STX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계속된 빚 독촉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STX다롄의 가동이 멈추면서 자금줄이 말라버린 이들 업체는 산은에 대출 만기연장이나 상환유예 등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10일 중국 현지와 금융계에 따르면 2007~2008년 STX그룹과 산은 간 '상생 클러스트' 조성의 일환으로 다롄에 사업체를 차린 협력업체 13곳 중 8곳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여신회수 요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생 클러스트는 STX가 2007년 다롄에 조선해양종합기지(STX다롄)를 짓기로 하자 산은이 인근 부지에 협력업체가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출자금 및 공장신설에 필요한 시설자금 등을 지원해준 것이다. 당초 상생 클러스트를 통해 진출한 업체는 25~30개였지만 지금은 13개만 남아 있다.


문제는 당시 산은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았던 업체들의 대출만기가 찾아오면서 발생했다. 대개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이른 업체는 2011년 말부터, 늦은 곳은 올해 초부터 여신회수 압박을 받고 있다. 업체당 최소 10억원에서 최대 50억원 수준이며 전체 업체의 산은 여신 규모는 300억원 안팎이다.

현지 A업체의 한 관계자는 "거치기간이 끝나자 산은이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기존 여신을 회수해갔다"면서 "STX다롄에서 돈을 받지 못해 산은 측에 상환유예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금줄이 막힌 업체들은 갚을 돈이 없어 연체이자라도 낼 테니 연체등록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산은은 이마저 거부했다. 협력업체의 한국 본사가 대출금액에 상응하는 예금을 담보로 제공할 때만 연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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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중국 현지에서 돈을 빌려 산은 대출을 갚는 실정이다.

현지 B업체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STX조선을 살리기로 하면서 내세운 명분 중 하나가 협력업체 생존 아니었느냐"면서 "국내에는 3조원 넘는 돈을 쏟아 부으면서 정작 자신들이 지원해줬던 중소 협력업체에는 '비올 때 우산 빼앗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다롄 현지 협력업체에 대한 여신회수 문제는 본점 차원에서 파악한 것이 없다"면서 언급을 피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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