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ㆍSK-콘티넨탈 등은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내비간트리서치가 최근 선정한 '세계 주요 11개 자동차용 2차전지 업체'에서 상위에 랭크됐다. 내비간트리서치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세계 11개 2차전지 업체에 대해 생산능력, 제품 경쟁력, 재무상황, 전략 등 13개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 순위에서 LG화학은 글로벌 1위 기업에 올랐다. LG화학은 전략이나 지금까지의 실적 등 모든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미국의 존슨 컨트롤스, 일본 닛산과 NEC의 합작법인 AESC와 함께 리더스(Leaders) 기업으로 꼽혔다. LG화학의 경우 GM과 현대기아차 등 대형 수요처를 확보한데다 이미 국내와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해둔 점, GM의 볼트 등에 다양한 배터리를 생산해 공급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삼성SDI와 SK가 콘티넨탈과 합작해 올해 초 설립한 SK-콘티넨탈 이모션도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회사는 파나소닉에 이어 각각 5, 6위를 차지하면서 경쟁자(Contenders) 그룹에 포함됐다. 보고서 내 분류에서 경쟁자 그룹은 도전자(Challenger)나 추종자(Follower)보다 상위 그룹이다. 삼성SDI와 SK-콘티넨탈도 기존 자동차 기업에 2차전지 배터리를 공급한 실적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들은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이 아직 완전히 성장세에 접어들지 못한 만큼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그동안 가동을 중단했던 미국 배터리 공장을 7월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삼성SDI의 경우 BMW 공급 등을 통해 올해 약 1,000억원으로 전망되는 관련 매출을 2015년까지 1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SK 역시 SK-컨티넨탈 설립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의 베이징자동차ㆍ베이징전공과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하는 등 자동차용 2차전지 배터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의 2차전지 업체인 A123시스템즈가 파산신청을 하는 등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성장이 생각보다 더딘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기술은 물론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소형전지에 이어 자동차용 중대형 전지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올해 내비간트리서치가 분석한 자동차용 2차전지 배터리 기업순위 가운데 5개 업체가 일본 계열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소형 2차전지에 이어 미래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 치열한 한일전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도 결국 한국과 일본 중심으로 과점화될 것"이라며 "중국 업체가 성장하지만 안전성 및 고품질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용 2차전지 배터리 시장에서는 한국과 일본계 업체가 상당 기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