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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실망감을 표시하며 대여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여 정국이 안갯속에 갇힐 것으로 우려된다.
박 대통령이 연설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며 야당의 요구에 대해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의 감사원장 후보자의 직권상정과 내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 대치는 최고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후 상반된 평가와 반응을 내놓았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야당의 특별검사 임명 요구를 '조건부 수용'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제 정쟁을 접고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압박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야당 요구를 상당히 수용한 것"이라며 "정치현안에 대해 전향적인 함의가 있는 말씀"이라고 평가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박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 방안 등에 대해서도 합의하면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 이제 야당도 민생법안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특검에 대한 전격 수용 등 파격적인 입장 발표를 기대한 민주당은 자신들의 요구가 묵살되고 있다고 이날 시정연설을 평가했다.
김한길 대표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미지근한 물로는 밥을 지을 수가 없다"며 "말씀은 많았지만 정답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시정연설 직후 국회 본관 계단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에게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등 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가, 그리고 야당과 국민이 시정을 요구한 것은 하나도 시정되지 않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내용이었다"며 "한마디로 가게무샤(대역)를 내세워 불통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또 항의의 뜻으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해임촉구결의안을 각각 이날 제출했다.
국회 대정부질문(19~25일)에서도 여야는 대치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대정부질문에서 공무원 노조의 대선 개입 의혹과 남북 대화록 미이관 문제 등을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민주당은 청와대와 여권을 직접 겨냥하기로 내부조율을 마쳤다.
대통령이 제안한 것처럼 여야가 특검과 국정원 개혁 등을 위한 특위 구성에 합의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민주당 등 야당은 특검과 국정원 개혁 등을 위한 제도 개혁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특검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한발 더 나아가 특검을 한다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 등의 불법 대선 개입 의혹 등도 모두 특검 수사 대상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이 같은 여야의 상반된 입장은 내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 과정에서 폭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등의 문제를 특검과 연계시키려 하지만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이 이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일 여권이 감사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할 경우 여야 간 힘겨루기 싸움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민주당은 내부에서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과 장외투쟁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당분간은 국회 의사일정에 비중을 두고 대여투쟁에 나서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