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환율 이렇게 대비하자

조종화<대외경제정책硏 선임연구위원>

지난 두달 동안 원화가 다소 가파르게 절상된 배경에는 세계적인 달러 약세 추세와 아울러 다음과 같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적 판단이 부분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외환시장 개입을 줄여 원화의 절상을 어느 정도 용인함으로써 일단 수입물가를 진정시킴과 동시에 그 내수진작 효과를 기대하고 그에 따른 물가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추가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대책들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즉 원화절상 용인과 금리인하의 정책조합을 통해 수출ㆍ내수간 균형성장을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 10월 중순 이후 원화는 비교적 빠르게 절상됐고 11월에는 콜금리가 인하됐다. 이와 같은 환율운용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절상으로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물가안정 및 내수 자극과 비가격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논의도 있다. 수출에 대한 우려는 아직 원ㆍ엔환율이 2002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과 제조업의 경상이익률이 10%를 넘는 높은 수준을 기록해 기업의 충격흡수 능력이 어느 정도 있다는 점에 비춰 다소 가벼워진다. 또한 30%를 넘는 수출증가율과 국내총생산(GDP)의 4%에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는 생각은 다소 무리라고 판단된다. 2004년의 수출증가율은 80년대 후반의 기록적인 3저 호황 때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산업구조가 그때보다 훨씬 고도화돼 가격경쟁력에의 의존도가 낮아져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2004년의 실적은 다소 예외적인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원화의 급격한 절상속도가 계속될 경우에는 우리에게 올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환율제도하에서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수직하락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해본다. 현재의 외환수급 여건을 보면 어느 정도의 추가절상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이 수출입, 경상수지, 자본수지, 원ㆍ엔환율 등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의 동향과 예측치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작동하고 균형에 근접한 환율에 이르면 그 시장의 힘에 의해서 절상 추세가 진정될 것으로 믿고 싶다. 따라서 이러한 시장의 힘을 믿고 당분간 외환시장의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면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고 그 시차를 두고 나타날 효과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보는 정책조합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정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은 이와 같은 정책방향에 대한 시그널을 시장에 바르게 전달해 기업과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예측은 기업의 몫이다. 모든 국내외 경제지표에 대한 분석과 정부로부터 나오는 시그널을 토대로 환율을 예측한 뒤 경영계획 수립과 환리스크 관리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본 도요타의 세계적 명품 렉서스는 89년 세상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 89년은 엔화가치가 85년 초에서 87년 말 동안 두배로 뛰어오른 지 2년 뒤이다. 렉서스 프로젝트는 83년에 시작됐다고 하는데 개발기간 중 엔ㆍ달러환율이 절반이 돼버린 절박한 상황은 렉서스의 디자인이나 성능에 음으로 양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렉서스는 엔고를 극복했다. 지금은 에쿠스를 한국판 렉서스로 만들 대책을 현대자동차의 경영진과 근로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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