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긴급 진단]‘공룡 벤츠’, 이대로 좋은가

[긴급 진단]‘공룡 벤츠’, 이대로 좋은가

(1)판매 급성장에도 경영은 후진


조세정책마저 비웃는 벤츠…일부 딜러, 개소세 인하분 줄이려 재고 없다 속여 판매까지

독일의 명차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해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거두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공룡’으로 성장했다. 대당 가격이 2억원에 달하는 ‘S500’이 1,250대 가까이 팔리면서 11월까지 누적 판매량만 4만2,044대를 기록해 BMW와 국내 판매 1위를 넘나들고 있다.

하지만 빠른 성장에 비해 그늘이 너무 짙다. 시동이 꺼지는 차를 골프채로 차를 부수고 나서야 대응에 나선 광주 ‘S63 AMG’ 사건은 벤츠가 국내 소비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이뿐만이 아니다. 계속되는 리콜과 불투명한 가격산정, 애프터서비스(AS) 문제로 벤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벤츠로 대변되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공룡 벤츠, 이대로 좋은가’ 기획 시리즈를 통해 짚어본다.

요즘 수입차 시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풍광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올 연말까지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30% 낮춰줬는데, 정작 수입차 시장의 선두권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재고가 있음에도 차를 팔지 않고 있는 상황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올 연말까지 차를 구입해야 개소세 인하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인기가 많은 차량인 만큼 내년에 판매해도 된다는 입장인 셈이다. 일부 판매점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지만,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과 국가 세금체계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벤츠 일부 딜러사가 보유 차량이 있음에도 판매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만큼 연말 판매를 최소화하고 그 실적을 내년에 거두려는 의도다.


실제 지난 주말(19~20일) 서울 시내 주요 벤츠 전시장을 방문한 결과 일부 딜러들은 “재고가 없어 올해 안에 차량이 출고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하지만 재고가 없다는 딜러들의 주장은 거짓이었다. 강남 A 전시장에서 만난 한 딜러는 재고물량이 적힌 모니터를 보여주며 “지금처럼 물량이 남아있지만 어차피 팔릴 차라는 생각 때문에 회사에서는 굳이 12월에 차를 판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일부 딜러들은 먹고 살기 위해 차를 한대라도 더 팔고 싶지만 이미 올해 목표치를 달성한 회사(딜러사)에서는 내년 이익을 생각해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고 판매를 자제하라고 지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B전시장에서 만난 딜러는 “판매 인센티브를 못 받는 상황에서 개소세 인하를 고려해 올해 차를 판매할 필요가 없다”며 “다만 내년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는 E클래스의 경우 재고소진을 이유로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가격할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딜러들이 이익을 위해 차 판매를 하지 않으면서 정작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벤츠 차량을 사면 50~440만원에 달하는 구입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 입장에서는 내년도 실적을 생각한 것이라고 강변할 수 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고객을 속이는 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수입차 업계가 호황을 이루면서 판매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기 때문에 내년 개소세 혜택 종료 후 실적 하락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 같다”며 “정작 혜택을 봐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행동은 정부 정책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과세당국이 연말까지 개소세를 내려준 것은 소비를 촉진해 관련 업체의 매출과 이익에 도움이 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세수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물론 벤츠 측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딜러사들의 판매와 관련해서는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벤츠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딜러들이 판매 물량에 대한 조율을 할 수는 있지만 내년도 판매를 위해 재고가 있어도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면서 “관련 내용을 들은 적은 있지만 벤츠가 추구하는 방침과 다를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내용을 딜러사에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벤츠가 개소세 인하라는 정부 방침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은 또 있다.

벤츠는 개소세 인하 정책을 도입할 때도 고무줄 가격 정책으로 질타를 받았다. 주요 차종인 ‘C클래스’ ‘C200’은 4,860만원에서 4,790만원으로 70만원 개소세 인하분을 반영해 판매하는 반면 ‘C220 CDI 쿠페’는 5,340만원에서 5,280만원으로 60만원밖에 할인해주지 않는다. 차 값에 따른 정률 할인이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고무줄 가격 측정으로 회사 이익을 챙긴다는 비난을 받았다.

벤츠가 이처럼 가격 꼼수를 부릴 수 있는 이유는 해외에서 국내로 수입한 가격에 세금과 마진(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구조 탓이다. 아무리 세금을 깎아주더라도 마진을 조정해 이윤을 남길 수 있다. ‘E200 아방가르드’와 ‘E220 블루텍’도 가격대가 6,100만~6,540만원에 달하지만 공식 할인폭이 80만원에 불과하다. 한 급 아래인 ‘C클래스’의 ‘C220 d’와 ‘C250 d 4매틱’(5,420만~6,350만원)과 같은 할인폭이 적용되고 있다. 게다가 이윤 책정과정은 철저히 대외비로 부치고 있어 독일에서의 수입가나 마진 등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가격산정 과정이 그만큼 불투명한 셈이다.

벤츠의 이같은 행동은 1위 업체라는 이름에도 걸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판매는 급성장하지만 정작 고객을 바라보는 태도나 경영방식은 후진적이라는 얘기다. 수입차 업계에서도 뒷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연 20만대가 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 골프채 사건을 비롯해 이번 판매사건을 보면 업계 선두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라고 했다. /성행경·김영필·강도원·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김영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