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수 만 마리 감염 가능성, 구제역은 충북까지 확산
전북 익산과 충남 서산에 이어 전남 해남의 야생조류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됐다. 구제역이 충북 충주에서 확인되면서 5개 시ㆍ도로 확산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2일 전라남도 해남군 산이면 덕호리 부흥마을 앞 농경지에서 폐사된 채로 발견돼 신고된 야생조류(가창오리) 74마리 중 20마리에서 고병원성 AI(H5N1형)가 검출됐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야생조류에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것은 지난 7일 전북 익산 만경강과 지난 10일 충남 서산 천수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구제역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AI까지 확산되며 방역 당국은 최악의 겨울을 맞고 있다. 특히 이번에 AI가 발견된 곳은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고천암호와 8㎞ 거리라는 점에서 그 일대에서 겨울을 나는 10만여 마리의 철새가 무더기로 AI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닭ㆍ오리 사육농가의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남 고천암호에는 매년 12월부터 2월 말까지 가창오리 등 철새 20~30만 마리가 찾아오고 있으며 올해는 5~6만 마리가 찾아와 겨울나기에 들어간 상태다.
전남의 경우 지난 2008년 영암ㆍ나주ㆍ무안 등지에서 발생한 AI로 수십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된 적이 있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지역에서 닭을 사육하는 농가는 모두 1만2,000농가로 3,000만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오리 사육농가는 1,000농가, 600만마리다.
농장에서 AI가 발견될 경우 반경 500m 이내의 모든 가금류를 폐사하고 3km이내 농장은 이동제한을 받게 되며 10km 이내는 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 이번처럼 철새 AI의 경우 이 같은 관리대상을 정하기 어려워 일단 3km 이내 농장에 대해서만 이동제한 조치를 취한다. 이번에 발생한 해남의 경우 폐사 장소에서 3km 이내에 오리농가는 없으며 닭 사육농가만 1곳(3만마리)이 있고 10km 이내에도 오리농가는 없고 닭 농가만 42곳이 7만9,000만마리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AI가 확인된 직후 AI가 검출된 농경지와 주변지역에 대해 긴급 소독을 실시했으며 발생지 반경 10㎞ 이내를 가금류 사육농가 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가축과 차량, 사람에 대한 이동통제 조처를 내렸다. 이들 농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30일간의 이동제한 후 임상검사 등을 거쳐 이동제한을 해제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철새도래지의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됨에 따라 야생조류 포획검사 건수를 확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야생조류뿐 아니라 가금농가에 대한 검사를 강화해 2008년 이후부터 유지하고 있는 AI 청정국 지위(가금농장 비 발생)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