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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9월 18일] 등

'아픈천국'(창비刊 펴냄)중에서

등에는 눈이 없고,
코도 입도
가슴도 없는데 돌아서서 가는 사람의 등은
먹먹하고
둥그렇고
기웃하다 진짜 얼굴은 등에 있는 것 같다
얼굴이 두리번거리고
화들짝 놀라고
붉게 달아오를 때 등은, 숨겨주고
눕혀주고
붙잡아 일으켜세워준다 앞이란 언제나 휘둥그런
간판 같은 녀석
힘내어 큰소리치다간
풀죽는 녀석 입간판 들여놓고
셔터 내리고
울음을 내놓으려 하는 얼굴을,
자꾸 품속을 파고드는 앞을 부릉부릉부릉
헬멧에 점퍼로 단단히 여민
등이 안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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