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검은 날개

제5보(53~66)


다카오는 흑53으로 자중했다. 섣불리 반발할 자리가 아니었다. 가장 강경한 응수라면 참고도1의 흑1이지만 그것은 장쉬의 주문에 정통으로 말려드는 길이다. 백2 이하 16까지 흑이 망하게 된다. 백60까지는 외길 수순이었다. “일단 백이 성공한 모습 같습니다.”(윤현석9단) “뭐 그렇다고 흑이 나빠진 건 없어.”(서봉수9단) 중원을 흑이 어떤 식으로 경영하느냐가 포인트가 되었다. 다카오는 흑61로 백의 응수를 묻고 나섰다. 백62의 응수는 절대. 여기서 다카오는 63으로 중원에 검은 날개를 펼쳤다. 백64는 중원 삭감의 교두보를 마련한 수순. 20분의 숙고 끝에 장쉬는 66을 선택했다. “침착한 수일까.”(서봉수) “의문수 같은데요.”(윤현석) “자칫하다간 흑의 중원작전을 도와주는 수가 될지도 몰라.”(서봉수) 역시 백66은 완착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이 수로는 참고도2의 백1로 짚어가는 것이 흑을 가장 거북하게 하는 수였다. 흑으로서는 중원을 틀어막는 방도가 없으므로 일단 흑2로 백의 연결을 저지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백3, 5로 꾹꾹 눌러가는 것이 가장 무식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었다. 흑14까지 큰 바꿔치기가 예상되는데 백이 선수로 중원 삭감을 계속할 수 있으므로 나쁘지 않은 바둑이었던 것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