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2일] <1411> 혼노지의 변

1582년 6월2일(일본력 6월21일) 오전6시, 교토의 사찰 혼노지(本能寺). 밤새도록 행군한 1만3,000여명이 병사들 앞에 아케치 마쓰히데가 나타나 칼을 들며 외쳤다. ‘혼노지에 적이 있다.’ 혼노지에 있던 인물은 오다 노부나가. 수백의 다이묘(大名ㆍ영주)들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100년 넘도록 피나는 살육전을 펼쳐온 ‘전국시대’를 마무리한 인물이다. 마쓰히데는 왜 20년 가까이 충성을 바쳐온 노부나가에게 반기를 들었을까. 열도통일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배신한 이유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두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첫째는 노부나가의 운명. 70여명의 시종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던 노부나가는 할복으로 49년 생애를 마쳤다. 두번째는 권력 계승자. 하시바 히데요시가 노부나가의 뒤를 이었다. 최전방의 병력을 되돌려 쏜살같이 달려온 히데요시는 마쓰히데의 군대를 단칼에 물리치고 권력을 통째로 물려받았다. 말단병사 출신으로 한겨울 노부나가의 신발을 품에 안아 출셋길을 달리기 시작한 히데요시는 일본 최고의 권력자로 떠오르고 도요토미라는 성까지 하사 받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임진왜란의 원흉인 바로 그자다. 혼노지의 변이 발생한 지 꼭 10년이 지나 임진왜란을 일으킨 히데요시가 사망(1598년)한 뒤 일본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삼켰다. 노부나가의 동맹이었으나 히데요시에게 굴종하며 인고의 세월을 겪어온 이에야스로부터 시작되는 도쿠가와 막부는 개항(1854년)까지 264년 동안 일본 근세를 지배했다. ‘노부나가가 지은 농사로 히데요시가 차린 밥상을 이에야스가 통째로 받아먹은 형국’이다. 도쿠가와 막부가 장수한 것은 인내와 ‘적은 혼노지(내부)에 있다’는 격언을 중시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서운 것은 외부보다 내부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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