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빌더버그 회의


영국 런던의 북서부에 위치한 외딴 호텔 그로브가 몸살을 앓았다. 지난주 말 이틀간 열린 빌더버그 회의에 반대하는 시위 탓이다. 시위대는 빌더버그 회의를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비밀 회합으로 간주하고 '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몰아넣은 범죄집단' '음모꾼'이라는 야유를 보냈다.


△빌더버그 회의는 과연 세계를 집어삼키려는 음모론자들의 모임일까. 확언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두 가지뿐이다. 첫째 거물급 인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유명인사가 아닌데도 초대받은 경우라면 훗날 크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1991년 독일 바덴바덴 회합에 초대된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가 미국 대통령에 오른 게 대표적 사례다. 둘째는 모든 게 비공개라는 점이다. 회의 주제에서 발언 내용까지 모두 비밀에 부쳐진다. 2011년 참석자 명단이 유출된 적이 있으나 1954년 네덜란드 빌데르베르크(빌더버그) 호텔에서 첫 모임을 가진 뒤 61차례의 정기모임을 이어오는 동안 대외적으로 드러난 게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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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비밀주의는 무수한 추론을 낳았다. 한국전쟁의 발발과 처리, 수차례의 중동전과 미중 화해의 밑그림이 모두 빌더버그에서 결정됐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폭로 저널리스트 윌리엄 엥달은 1973년 5월 스웨덴 샬트세바덴에서 개최된 빌더버그 회의에서 국제 유가를 베럴당 평균 3.5달러에서 10~12달러로 올려야 한다는 비밀보고서를 채택한 지 5개월 뒤 3차 중동전이 터지고 1차 석유 위기로 이어졌다고 진단한다. 빌더버그가 로스차일드가를 비롯한 유대계 비밀 자본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비밀 결사인 프리메이슨과도 연관이 깊다는 식의 음모론도 끝없이 나온다.

△음모론의 진실 여부는 누구도 모른다. 몇 가지 증거가 있어도 빌더버그가 정말 세계를 배후에서 움직이는 실세인지도 파악할 길이 없다. 다만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비밀주의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명단 공개에 이어 호텔 앞에 진을 치는 시위대의 등장도 사상 초유다. 금융자본에 항거하는 월가 시위와 조세 회피 지역 투자자 명단 공개와 맥락이 비슷하다. 음모론 공방은 세계적 불황이 몰고 온 그늘의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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