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소 잃었지만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서승직 인하대 명예교수




국민을 불안하게 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는 최전선인 응급실이 어이없게 뚫려 감염이 확산된 무비유환(無備有患)의 재난이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국가방역 체계의 총체적 부실은 시급히 재정비돼야 할 사항이다. 이번 메르스 감염사건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 중 전염병에 대한 대응 매뉴얼 부재도 놀라운 일이지만 의료선진국을 자처하는 첨단 의료장비를 운용하는 병원 응급실 대부분의 공조설비(공기조화설비)가 아직도 일반건물과 같은 공기순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열악한 공기순환시설 메르스 초래


응급실에 음압유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별도의 음압유지 격리진찰실조차 없어 바이러스 감염위험에 수시간 동안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감염된 공기를 순환시켜 전염병 바이러스가 응급실에 골고루 확산되며 감염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응급실이 메르스 감염의 온상이 된 이유다. 확진환자의 약 50%가 응급실 감염자인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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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 공기순환 방식의 공조설비를 적용한 것은 원칙이 무시된 상식 밖의 설계다. 응급실은 불특정 다수의 감염예상 환자 진찰 등이 최초로 이뤄지므로 항상 병원균 확산 감염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음압유지는 물론 공조설비도 공기순환 방식이 아닌 100% 신선외기에 의한 급기(給氣)와 배기(排氣)가 시간당 최소 12회 이상 완벽하게 이뤄지는 설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 급배기의 기류도 일정 방향의 흐름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며 배기장치에는 감염공기의 외부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고성능(헤파) 필터와 멸균장치를 갖춰야 한다.

특히 병원의 특수목적실에서 양(+)압과 음(-)압을 유지하는 것은 병원균의 침입감염과 확산감염을 막기 위함이다. 공기압력이 높게 유지되는 양압실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감염공기 침입을 막고 공기압력이 낮게 유지되는 음압실은 감염된 공기의 외부와 인접실로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따라서 공기에 의한 침입감염이 염려되는 수술실 등은 양압을, 병원균의 확산감염을 막아야 할 응급실 등은 음압을 유지한다. 양압과 음압은 실의 급기(압력)량과 배기(압력)량 조절로 유지된다. 음압은 급기량보다 배기량을 더 많게, 양압은 배기량보다 급기량을 더 많게 해야 각각의 압력을 유지할 수 있다. 통상 확산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실간 음압 차를 -2.5Pa 이상 유지해야 한다. 또 응급실은 공기감염과 비말감염에 대응할 수 있도록 환자유형별 조치가 가능한 격리된 1인용 음압진찰 시설도 적정개소 이상 갖춰야 한다. 이는 확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시간 동안 감염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재난대비 차원서 리모델링 서둘러야

비록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만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전염병 바이러스 확산감염에 노출된 응급실은 범국가적 재난대비 차원에서 시급하게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언제 또 닥칠지 모를 제2의 메르스에 대비하는 길은 최전선인 응급실은 물론 병원의 각 실에서 병원균의 확산감염과 침입감염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공조설비 시스템 구축과 정립된 매뉴얼로 대응하는 것만이 유비무환(有備無患)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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